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로 대표되는 주택임대차 보호3법(이하 임대차 3법) 개정안이 3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당장 임대차 3법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빠르게 진행된 법 시행에 각 지역 공인중개업소로는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둔 임대인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전세 계약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뤘다.

지난 30일부터 부동산 시장을 취재한 결과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의 집주인들의 반발이 가장 큰 편이었다. 입주할 때 전세 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싼값에 전세를 준 상황인데, 앞으로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 ‘이렇게나 빨리 시행하다니’ 신축 아파트 집주인 울상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72㎡짜리 주택을 가진 김모(39)씨는 최근 임대차보호법 통과를 보며 애가 탔다. 오는 12월 전세 계약을 새로 맺을 땐 시세에 맞게 계약을 새로 하려고 했는데, 그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이 면적 주택의 전세 시세는 약 6억8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2년 전 3억5000만원에 전세를 줬던 김씨는 연말에 3억6750만원 수준에 전세를 다시 놓을 수밖에 없다. 김씨는 "시세라는 것이 있는데 왜 억지로 가격 형성을 가로막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헬리오시티는 2018년 12월에 9510가구가 한 번에 입주하면서 전세가격이 크게 낮은 수준에 형성됐었다.

헬리오시티처럼 최근 입주한 신축아파트 임대인들은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다. 기존 계약에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하게 되면서 1~2년 전보다 오른 전세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경기도 수원 영통구 힐스테이트 광교아파트도 비슷한 사례다. 이 아파트 전용 97.591㎡은 지난 2018년 10월 5억1000만원에 전세가 나갔지만, 지난 6월에는 8억원까지 올랐다. 2년동안 3억원 가까이 전세금이 올랐어도 기존 임대인은 최대 5억3550만원에 다시 세를 놔야하는 입장이다. 인근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하소연에 가까운 전화가 왔지만 별달리 해줄 말은 없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직접 입주할 계획이 없는 한 5% 상한에 따른 증액으로 2년 더 전세를 줄 수밖에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2년 뒤에는 제값을 받을 거란 말 말고 더 해 줄 말이 없다"고 했다.

◇ "임대인·임차인 적() 아닌데 법이 이렇게 만들어"

현장에서는 임대차 3법 도입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그동안 국내 주택 임차시장의 경우 해외보다 실거주 기간 벌어진 주택 훼손에 둔감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런 문화가 대폭 사라지면서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뜻이다.

법무사무소 서담의 부동산 전문 최은미 변호사는 "임대인이 거절을 갱신하기 위한 사유가 한정적이므로 예전엔 법적 분쟁으로 쉽게 가지 않았던 인테리어 문제 등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대차 3법에 따르면 월세 체납이나 주택 훼손 등 세입자의 중대 과실이 있을 경우 임대인의 갱신 거절이 가능하다.

서로 상황에 맞게 합의하고 조정할 수 있었던 문제도 이제는 아예 불가능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차인이나 임대인의 상황에 따라 임대차 계약을 조금 뒤로 미뤄주기도 당겨주기도 했던 관행이 이제는 성립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선의로 상대방의 편의를 봐줬다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히려 더 삭막해졌다. 예전에는 서로 편의를 봐주기도 했는데, 이젠 다들 법만 따져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임대시장은 매우 복잡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며 유지될 수밖에 없다"면서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에게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은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