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패널 많이 찍어내던 LG디스플레이
올 상반기 출하량 1179만장으로 절반 감축 'LCD 구조전환' 가속
삼성도 출하량 30% 가까이 줄어… 중국 업체들 코로나에도 선방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말을 기점으로 TV용 LCD(액정표시장치) 출하량을 크게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BOE 같은 중국 패널업체들의 물량·가격 공세에 밀려 ‘LCD 출구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올해까지만 LCD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삼성디스플레이보다도 빠른 속도의 구조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박길우

31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1~6월) TV용 패널 출하량을 보면, LG디스플레이(034220)는 1179만장을 기록해 전체 순위에서 6위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95만6000장을 출하하며 이 시장에서 BOE에 이어 2위에 있던 LG디스플레이가 TV용 패널 출하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TV용 패널의 경우 중국 업체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국내에서는 TV용 LCD 생산을 연말까지만 하고, 고부가 IT제품용 패널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LCD 구조전환’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6월 말 기준 1320만㎡였던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능력(캐파)은 올해 6월 말 930만㎡로 30%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TV용 패널로 활용하는 일부 7세대 캐파와 함께 8세대 캐파를 대폭 줄인 것이 작용했다. 노트북·모니터처럼 LG디스플레이가 집중하겠다고 밝힌 고부가 IT용 제품에 활용하는 6세대 패널 생산량은 그대로 유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그간 LCD 출구전략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 왔던 LG디스플레이가 지난 연말부터 TV용 7~8세대 캐파를 대폭 줄이고 대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에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TV용 대형 OLED를 만들고 있지만, 매출에서만큼은 LCD에 더 의지해 왔다. 지난해 TV 패널 전체 매출(7조9980억원) 가운데 OLED 비중은 32% 정도였다. 하지만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연초 ‘LCD 가격 상승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 경쟁력이 없는 TV LCD는 출구전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구조전환 속도가 빨라졌고, 이에 따라 OLED 매출 비중도 올해 50%를 웃돌 전망(TV패널 기준)이다.

자네트 첸 트렌드포스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캐파 감소뿐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TV 패널 주문량 감소에 대응해 공장 가동률을 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LCD 생산중단 방침을 밝힌 삼성디스플레이도 상반기에 TV용 패널 출하량이 1212만7000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넘게 줄었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 빈자리를 빠르게 차지하기 위해 2분기부터 8.5세대 물량을 대폭 늘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산차질에도 2326만장가량의 패널을 출하, 전체 1위를 공고히 지켰다.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조업중단) 이후 가장 먼저 공장 가동을 재개한 중국 CSOT(차이나스타)는 전체 2129만6000장을 출하하며 선전했다. CSOT는 BOE를 추격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쑤저우 LCD 공장 인수가 유력시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형 디스플레이에 당분간 집중하겠다는 업계 3위 중국 HKC도 추저우·몐양에 있는 8.6세대 생산라인에서 패널을 대량 찍어내며 눈에 띌 만한 출하량 증가세를 보였다.

트렌드포스는 제조사들의 TV 캐파가 거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눌려 있던 TV 소비가 늘면서 3분기 패널 출하량이 약간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연간으로 전체 출하량은 작년 대비 6% 정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며 중국 내 신규 공장 가동이 여의치 않은 것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