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에 시총⋅영업익 밀린 삼성 기술 초격차로 추격 가속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이재용 비전 파운드리가 좌우

삼성전자가 2분기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리며 5나노(nm)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가 상반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뛰어넘은 가운데, 삼성전자도 초미세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며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30일 삼성전자는 2분기 분야별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부문에서 2분기 영업이익 5조4000억원, 매출 18조23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중 메모리에서 매출 14조6100억원을 거뒀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에서 거둔 매출이 3조62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시스템LSI 매출이 줄었지만 파운드리에선 분기, 반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 매출 감소에도 주력 사업으로 육성 중인 파운드리 분야에선 성과를 거둔 셈이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수요불확성에 따른 모바일 수요 위축에도 공급망 붕괴를 우려한 고객사 안전재고 확보 움직임이 거셌다"고 파운드리 분기 최대 매출 달성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후 파운드리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엔 경기도 평택 제2 공장에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을 추가 구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 TSMC와 함께 10나노 이하 초미세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유이(唯二)한 업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 격차는 여전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1.5%, 삼성전자가 18.8%였다.

TSMC는 2분기 영업이익 43억8000만달러(약 5조2500억원), 매출 103억8000만달러(약 1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총합은 86억5000만달러(약 10조3500억원)로 9조4600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넘어선다.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 측면에서도 TSMC가 삼성전자를 앞서가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에서 6월30일 기준 반도체 업계 순위는 ΔTSMC(2670억달러) Δ삼성전자(2600억달러) Δ인텔(2540억달러) Δ엔비디아(2260억달러) ΔASML(1540억달러) 순으로 조사됐다. TSMC가 영업이익과 시총에서 모두 삼성전자를 앞지른 것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 대만 TSMC의 공장 전경.

TSMC는 초미세공정에서 삼성전자에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 도입은 속도는 비슷하지만, 수율(양품 비중)이 더 좋다는 평이다. TSMC는 2분기 매출 36%를 7나노(nm) 공정에서 거뒀다. 16나노 이하 미세공정 매출 비중이 54%에 달했다. TSMC는 하반기 5나노 제품을 출하하고 연말까지 그 비중을 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내년엔 3나노 시범 생산을 시작하고, 2022년 3나노 제품을 본격 출하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또한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출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중 이미 5나노 반도체 양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5나노 양산 소식을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어 "5나노 수율은 기존 계획대로 개선하고 있으며, 하반기 고객사를 확대해 본격 양산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4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3나노에 ‘올인’ 한다는 설에 관해선 "사실무근"이라며 "4나노 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5나노·4나노 2세대 공정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파운드리에서 미세공정 모바일∙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제품을 본격 양산해 수익성 개선을 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UV 기반 수요 대응을 위해 평택에 생산라인 투자를 결정했다"며 "하반기 코로나19 영향이 있겠지만, 미세공정 제품 본격 양산과 응용처 다변화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