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현 연세대 교수·이재동 DGIST 교수 공동 연구팀
비싼 인듐갈륨비소→값싼 실리콘 교체 세계 첫 성공
비결은 10여년 축적한 실리콘 초박막화 기술
"수천만원 제작비용, 수십만원까지 낮아질수도"

실리콘 반도체 기반의 라이다 센서.

국내 연구진이 자율주행차의 라이다(LIDAR) 센서 제작비용을 수천만원에서 수십만~수백만원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안종현 연세대 교수와 이재동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실리콘 반도체를 이용해 값싼 라이다 센서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이날 게재됐다.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장애물을 감지해 대응할 수 있는 라이다 센서가 필요하다. 초음파를 물체에 쏘고 반사되는 신호를 감지하는 초음파 기술처럼, 라이다 센서는 빛을 이용해 주변 물체를 감지한다. 이때 사용하는 빛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조금 더 길어 사람이 볼 수 없는 ‘단파 적외선’이다. 탑승자와 보행자의 눈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문제는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실리콘 반도체가 단파 적외선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리콘은 내부구조상 단파 적외선을 통과시키거나 반사할 뿐 흡수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라이다 센서에는 실리콘 대신 인듐갈륨비소(InGaAs) 반도체가 사용된다.

인듐갈륨비소 반도체는 단파 적외선을 잘 감지할 수 있지만 제작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라이다 센서 1대를 만드는 데는 보통의 자동차 한대 가격인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인듐갈륨비소를 실리콘으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시도돼왔지만 성공한 사례는 이제껏 없었다. 단파 적외선을 흡수하려면 실리콘의 내부구조를 변형해야 하는데, 실리콘이 유연하지 못해 작은 변형에도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실리콘을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두께로 만들면 강한 변형에도 잘 견뎌 내부구조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음을 발견했다. 마침 지난 2014년 1.5nm 두께의 초박막 실리콘을 만드는 등 10여년간 관련 기술을 축적해온 연구팀은 실리콘 변형을 통해 새로운 라이다 센서 제작에 성공했다.

안 교수는 "상용화되면 라이다 센서 제작비용을 기존 대비 10분의 1 이하인 수백만원 또는 수십만원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기초 연구 단계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현 연세대 교수(왼쪽)와 이재동 DGIST 교수(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