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스에 동영상 독점 게재하는 대가로 수십억 지불"
틱톡 '우수 크리에이터 유지' 명목 2300억원 대응
"미국 내 틱톡 설자리 축소...이용자들 이적 계속될 것"

미국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중국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의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자사의 신규 서비스인 ‘릴스(Reels)’로 빼내오기 위해 일인당 최대 수십만달러의 현금을 지불하며 섭외전쟁을 치르고 있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스타 크리에이터들을 자사 신규 앱 '릴스'로 빼오기 위해 수십억원의 현금을 지불하는 등 섭외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 시각) 인스타그램 대변인이 "현재 릴스를 시범 운영 중인 나라에서 다양한 스타 크리에이터들과 접촉하고 섭외를 승인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의 경험에 계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릴스는 틱톡처럼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앱으로, 이용자들이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음악과 음성 등을 넣어 15초 분량으로 편집할 수 있다. 다음달 미국 등 각국에서 동시에 출시된다.

스타 크리에이터는 인기 동영상을 만들어 틱톡에 공유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이들이다. 특히 기업들은 인기 크리에이터들에게 의류와 신발, 화장품 등 자사 제품을 협찬하거나 동영상에 특정 음악을 쓰는 형식으로 홍보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들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대가로 관련 영상을 올리고, 상품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스타 크리에이터 섭외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통하는 이유다.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 기업에 무역 제재를 가하고 틱톡과 위챗 사용 금지안을 검토하는 등 미중 간 '테크 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틱톡에서 활동하는 유명 크리에이터들에게 대규모 현금을 살포해 릴스로 이적하도록 만들고, 틱톡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식으로 ‘글로벌 전면전’을 치른다는 것이다.

실제 인스타그램과 협상 중인 한 틱톡 크리에이터는 WSJ에 "릴스에 동영상을 독점적으로 올리는 조건으로 수십억 단위의 현금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이적을 고려 중인 또다른 틱톡 크리에이터도 "동영상을 릴스에만 게시하기로 약속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가장 많은 돈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인스타그램이 다음달 릴스 서비스를 시작할 때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독점 게시물을 깜짝 공개하는 식으로 출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은 릴스에 동영상을 독점 게시하지 않는 크리에이터의 경우에도 '퍼스트룩' 형식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릴스에 동영상을 최초로 올린 뒤, 다른 플랫폼에도 추가 게시하는 방식을 뜻한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비디오 제작 비용을 충당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에서 수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10대 크리에이터는 "틱톡에서 손을 떼고 내달 초 릴스에 합류할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거래 조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릴스 관계자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거래 조건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수 크리에이터들과 비공개로 계약을 진행 중이다.

틱톡도 '돈풀기'로 맞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틱톡 크리에이터들은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브랜드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우수 크리에이터 유지와 확대 명목으로 2억달러(2393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즉각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틱톡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혁신적 콘텐츠를 통해 생계비를 벌 기회를 찾는 야심적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올해 후반부터 현금으로 지급할 것"이라며 "2억달러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가 강화될수록 틱톡 이용자들의 '이적'도 많아질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인스타그램에서 섭외를 받지 못한 틱톡 크리에이터들도 미국 내 틱톡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릴스 측의 제안과 무관하게 새로운 플랫폼을 찾을 것이란 논리다.

또한 미국 정부 차원에서 틱톡이 이용자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긴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하는 만큼, 틱톡의 신뢰성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