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1호 혁신의료기기 개발 뷰노 김현준 대표
삼성종합기술원 AI 연구 동료 3명 창업… 6년만에 5개 제품 상용화
"AI 진단 이어 치료⋅예측으로 영역 확대… 연내 코스닥 상장 추진"

국내 1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뷰노의 김현준 대표.

"구글은 당뇨병성 망막병증 진단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우리는 그보다 망막 이상의 진단범위를 더 넓힌 의료기기인 ‘뷰노메드 펀더스 AI’를 상용화했습니다. AI 의료기기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최근 정부로부터 국내 1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뷰노메드 펀더스 AI’를 개발한 뷰노의 김현준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거대 테크 기업 구글과 경쟁하겠다는 도전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구글이 AI 영상 진단기기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한 시기, 우리도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단 2초면 안저 영상을 찍어 환자에게 어떠한 망막의 이상 소견이 있는지 파악 가능하다"며 "치매 등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저변을 넓힐 수 있는 AI 진단기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뷰노는 AI 기술을 적용해 엑스레이(X-ray)·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 영상 데이터부터 생체신호까지 광범위한 의료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단을 돕는 의료 AI 솔루션 개발 기업이다.

지난 22일 AI로 눈 안쪽 영상을 분석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뷰노 소프트웨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 1호로 인정받았다 뷰노메드 펀더스는 AI로 눈 내부 후면에 망막이 있는 영상을 분석해 혈관이상, 녹내장성 디스크 변화, 망막 신경 위축, 출혈 등 12가지 이상 소견을 확인한다.

김 대표는 "구글과 달리 뷰노는 보다 더 진단 범위가 넓은 제품을 개발해 차별화를 꾀했다"면서 "임상 연구에 따르면 딥러닝 모델 정확도를 나타내는 AUROC는 96.2~99.9%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의사들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이 제품에 관심을 갖고 문의를 해오고 있다. 망막 관련 질환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뷰노메드 펀더스 AI 제품 스크린 샷.

뷰노의 제품 개발 상용화 주역은 삼성맨 출신들이다. 김 대표를 비롯해 공동 창업자인 이예하 이사회 의장, 정규환 기술총괄부사장은 모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AI 연구팀으로 함께 일한 경험을 토대로 회사를 창립했다. 당시 김 대표는 얼굴·동작·감정인식 분야 머신러닝 기술을 연구했고, 이예하 의장은 데이터 분석과 지능형 소프트웨어 개발 등 딥러닝 응용 연구를 경험하면서 음성인식 엔진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정규환 부사장은 머신러닝 산업공학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모두 머신러닝 개발자로서 함께 업무를 진행했다. 이 시기에 딥러닝 가치를 함께 접하고, 기술을 실제 서비스로 상용화한 경험을 쌓은 3인의 창업자가 2014년 12월 뷰노를 세웠다.

뷰노 창업자들은 현재까지 5개 제품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8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매 허가를 받고 상용화에 성공한 골연령 진단 소프트웨어인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시작으로, 뷰노메드 딥브레인(뇌)·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흉부)·뷰노메드 펀더스 AI(안저) 등 AI 의료 영역을 빠르게 넓혀 가고 있다. 현재 뷰노메드 제품들을 사용하는 국내 의료기관은 서울아산병원 등 130곳이 넘는다. 세계중환자의학회지 등 약 45곳에 연구 관련 논문 등을 발표했다.

"앞으로 진단뿐 아니라, 치료, 예후·예측 등으로 AI 의료 영역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는 김 대표는 "현재 4개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며 "일본과 계약을 체결헌데 이어 동남아, 미국 등에도 제품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몇년 전만 해도 의사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면 ‘AI가 진단이 가능하냐’라고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 기기를 사용하려면 가격이 어떻게 되냐. 다른 AI 회사들도 있는데 차별점은 무엇이냐’고 묻는 상황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AI 의료기기가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라, 완전한 시장 속에 들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현재 연구개발은 가격 경쟁력과 진화된 기술을 통한 제품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뷰노가 AI 의료 시장에서 나홀로 독주하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루닛과도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분야에서만 진단이 가능하다. 보다 더 다양한 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단 기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이 AI 의료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 국가임을 강조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세계 최초로 빅데이터와 AI를 적용한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또 최근 식약처는 국제의료기기규제협의체에서 AI분야 초대 의장국을 맡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AI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제품은 총 22건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허가 건수 10건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김 대표는 "한국이 선도적으로 이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K바이오 못지 않게 AI분야에서도 K의료기기가 저력이 있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멘스, 필립스, GE 등 세계적 의료기기 회사와 경쟁할 때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들 주요 기업이 장비 등 하드웨어에 집중 투자를 해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추가적 밸류(가치)를 갖는 제품인 소프트웨어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전통 시장과 차별화된 판독 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뷰노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모두 A등급을 획득해 심사를 통과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연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김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토대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계와 협업해 국내외 매출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