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 내년 IPO 추진
증권가 "기업가치 3조원대 추정"... 코로나 백신 3개 개발중
세계 1호 코로나백신 후보물질 위탁 생산업체로도 낙점
1억5000만도즈 생산능력 안동공장 코로나 백신 세계 기지 부각
빌게이츠 한국 민간 백신개발 세계 선두권 극찬하며 사례로 거론

SK케미칼(285130)의 자회사이자 백신 제조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같은 SK그룹 계열의 바이오업체인 SK바이오팜이 이달초 상장해 14조 8700억원의 시총에 이를만큼 대박을 터뜨린데 이은 것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이 포스트 코로나 최대 수혜 IPO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는 배경엔 2가지 이슈가 있다.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이 진행중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글로벌 공급을 맡기 위한 협력 의향서를 지난 22일 체결하면서다.

또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이 만든 재단을 통해 360만달러의 개발자금을 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사례로 들며 한국이 민간 분야 백신 개발 선두권에 있다고 평가한게 지난 26일 알려지면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초 증권사 제안으로 IPO 준비에 착수했다. 수의계약 형태로 주관사를 선택했으며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결정했다. 투자재원 확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추가 성장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IPO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데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CMO(위탁생산) 사업가치만 해도 약 1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완제 의약품 기준 1억5000만도즈(dose·1회 주사분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작년 기준으로 실제 생산한 백신은 약 600만도즈여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 등에 따라 추가로 밸류에이션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가치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 수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공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해 임상을 진행중인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로 한 것 뿐 아니라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에서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코로나19 관련 3개의 백신을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 1건,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지원 관련 1건, 국책 과제 1건이다. SK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 19 합성항원 백신 개발을 위해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 연구 중이다. 이 연구는 2020년 질본 긴급연구과제로 후보백신 제작과 동물실험 실시 등 기초연구다. 비임상 완료 후 빠르면 오는 9 월 임상시험에 진입해 내년 하반기에 백신 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5월에는 SK 바이오사이언스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코로나 19 백신 항원 개발을 위한 360만 달러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이 금액으로 SK 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보유 중인 3 개의 백신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여러 개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최적의 항원을 찾아 임상 후보로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빌 게이츠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게이츠 재단이 연구개발을 지원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내년 6월부터 연간 2억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서한의 내용은 26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빌 게이츠 회장의 언급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한 것과 별개로 자체개발한 백신을 내년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와관련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알기로는 내년 8월 (개발) 완료되고 9월 식약처 승인 신청을 하면 아마 내년 하반기 말 전에는 접종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생산시기에 다소 다른 전망을 한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 가치를 3조원대 안팎으로 추정한다. 코로나 백신CMO 최대 1조7000억원에다 차세대 폐렴구균백신 6000억원, 생명과학사업 1조원 등이다. 국내 상위 백신 개발사인 녹십자(약 2조7500억원), 최근 코로나19 관련주 증시 급등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어선 DNA 백신 개발사 제넥신(약 3조원)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은 매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832억원, 영업이익은 22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07.8%, 45.3%씩 증가한 바 있다.

지난 21일 SK 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원격 화상으로 참여한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CEO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 사장, 안재용 SK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이 협력의향서(LOI)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K그룹 제약⋅바이오 사업은 크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챙기는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크게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사촌 간이다.

최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백신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왔다. SK케미칼은 1987년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같은 해 12월 삼신제약을 인수하며 제약사업에 진출했다. SK바이오사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물적분할(지분 98.04%)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의 자체 개발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이 승부수를 띄운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08년부터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에 5000억여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바이오사업을 확장했다. 2012년에는 경북 안동에 백신공장 ‘L하우스’를 완공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세포배양 생산 기술은 선진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위탁생산 파트너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점찍은 이유이기도 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적용된 바이러스 전달체 기술과 세포배양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