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케이블TV에 지상파·유료방송 "사용료 올려달라"
신산업 OTT업계도 음악 저작권 문제로 갈등… 연합회 꾸려
"불필요한 비용에 생태계 망가져… 명확한 기준 필요하다"
정부, 사적 영역 개입 따른 시장왜곡 우려 조심스런 접근

최근 미디어업계 내 음악, 영상 등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저작권을 쥐고서 사용료를 더 달라는 측과 요구가 지나치다며 비용을 낮추려는 플랫폼 업체 간 입장 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시장 규제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정부가 사적 영역에 섣불리 개입했다가 시장 왜곡 등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12년 이후 5배 증가한 지상파 재송신료… "시청률 계속 떨어지는데 말이 되냐"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SO협의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 정부가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매번 반복되는 플랫폼 업체와 콘텐츠 업체 간 사용료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라는 것이다. SO협의회는 콘텐츠 사용료를 논의하는 산정위원회를 구성할 것과 콘텐츠 사용료와 수신료 매출을 연동하는 정률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SO협의회에 따르면 KBS 등 지상파 재송신 매출은 케이블TV가 재송신료를 지급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다섯 배 넘게 증가했다. 이들은 "지상파 시청률과 제작비 등 각종 지표는 감소하는데 오히려 재송신료는 계속해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케이블TV는 △지상파 재송신료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수신료 △콘텐츠 제작자인 방송채널사용업자(PP)의 프로그램 사용료 △TV홈쇼핑의 송출 수수료 감액 등 4중고를 겪고 있다"며 "가뜩이나 가입자 감소와 경영수지 악화에 어려운데 (사용료 부담이)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반면 지상파, 종편 등 콘텐츠 업체들은 사용료 인상을 원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내놓는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일부 PP업체는 자신들이 지상파 방송에 비해 콘텐츠 값을 제대로 못 받아왔기 때문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상파의 경우 재정난을 겪고 있으니 사용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나서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다. 최근 KBS, MBC, EBS 등이 재원 문제를 들어 수신료 인상 또는 지원을 요구하는 만큼 이들 지상파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며 최근 케이블TV 딜라이브 이용자들이 tvN 등 CJ ENM 계열 채널을 볼 수 없게 되는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가 발생할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재에 따라 협상 기간은 8월 31일까지로 연장됐고, 이때까지 프로그램 사용료를 합의하지 못하면 과기정통부 중재안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중재안이 나오더라도 당장 수신료를 어떻게 책정할지만 정하는 임시방편이어서 케이블TV 업체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사적 계약을 규율하는 틀까지 세우려다가 자칫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재자 역할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만큼 사용료 달라는 음악저작권 단체

전통 플랫폼인 케이블TV와 달리 신생 플랫폼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는 음악저작권료를 두고 저작권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최근 웨이브와 티빙, 왓챠, 유플러스 모바일 등 국내 주요 OTT 업체들을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시정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음저협에서 요구하는 저작권료는 매출의 2.5%다. 넷플릭스가 2.5%씩 국내 음원 이용 대가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OTT 업체들은 기존 국내 방송 사업자들이 다시보기 서비스에 대해 매출의 0.5%가량을 지불해왔기 때문에 2.5%는 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음저협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토종’ OTT 연합회인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를 구성, 음저협에 공동협의를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음저협이 음대협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문을 다시 보내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음저협은 "음대협은 OTT 사업 전반을 논의하는 상설단체가 아닌데다 대표성도 없고 협의 권한도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려 했지만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일각에서는 이 사안도 케이블TV 사례와 마찬가지로 OTT 관련 저작권료 징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저작권 관련법에 따르면 방송 사업자는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음저협에 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OTT에 대한 내용은 없는 상태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사업자들이 예측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하다보면 불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고 산업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며 "하루 빨리 명확한 개념 정립과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