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주사 SK차이나, 반도체·AI·ICT 기업에 잇단 투자

코로나 사태로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대기업들이 방어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SK그룹은 공격적으로 중국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들에 대한 지분 투자가 이뤄지는가 하면 중국에 있는 생산 공장 증설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만들고 바이오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장착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의 중국 지주사 SK차이나는 올해 BYD반도체와 스타트업 소테리아에 각각 1억5000만위안(약 260억원),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투자했다. DC헬스, 인노사이언스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SK차이나는 중국 거대 투자 전문회사인 힐하우스캐피털과 함께 1조원 규모 펀드(SK차이나 1000억원, 힐하우스캐피털 9000억원)를 조성한 뒤 중국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우쭤이(제리 우) SK차이나 대표는 최근 중국 매체 터우중망과 인터뷰에서 "SK차이나의 투자 결정은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이뤄진다"며 "해당 업계 규모와 성장 속도, 차별적인 기술 경쟁력, 경영진, 사업 모델, 사회적 가치 창출 등 다각도로 기업을 평가해 투자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경기도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한 발표를 듣고 있다.

특히 SK차이나는 투자한 기업을 키워 SK그룹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높이고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그룹이 성장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룹과 계열사 차원에서도 중국 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034730)는 이달 동박 제조 세계 1위 업체인 왓슨에 1000억달러를 투자했고, SK E&S는 베이징가스 블루스카이 판매법인 3곳의 지분을 1억2900만위안에 사들였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 4월 우시 공장의 미세공정 전환을 위해 중국 법인에 3조3000억원을 투입했고, 지난해에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장쑤성 창저우시에 배터리 셀 공장을 준공했다.

SK그룹의 적극적인 중국 투자 행보는 최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SK는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Insider)로서 중국 시장을 개척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최 회장의 중국 투자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한국에 부임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찾은 국내 주요 그룹 총수는 최 회장이었다. 싱 대사는 지난달 최 회장과 공식 회동을 갖고 "SK그룹은 양국 경제무역 분야의 실무적 협력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SK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를 확대해 중·한 관계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중국은 SK그룹의 최대 해외투자 대상국"이라며 "SK그룹은 중국 정부, 관련 기업과 협력하고 상호 이익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