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맥신'으로 무게 4분의 1로 줄이고 성능 높여… 사이언스 게재
갈수록 작고 가벼워지는 반도체… 차폐 소재 경량화·고성능화 '필수'
국군 스탤스기 적용도 추진 중… "국방부 관계자와 만나 검토 중"
"대량생산 인프라 구축 시 2~3년 내 상용화… 지원 필요"

맥신 차폐 소재가 전자파를 막는 모습.

국내 연구진이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회로와 군용 스탤스기 등에 쓰일 새로운 전자파 차폐(遮蔽) 소재를 개발했다.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터장 연구팀은 고려대·미국 드렉셀대와 함께 기존 차폐 소재의 한계를 개선한 ‘맥신’ 소재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날 게재됐다.

차폐 소재는 전자기기의 부품 겉면을 마이크로(μm·100만분의 1미터) 두께로 감싸고 있는 코팅재다. 부품 안의 반도체 회로는 외부 전자파의 방해를 받으면 제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에도 10개 이상의 주요 부품들에 차폐 소재가 들어가 있다. 항공기 몸체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도록 하는 스탤스 기능 구현에도 쓰인다.

현재 구리와 같은 금속이 차폐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외부 전자파를 잘 반사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회로의 집적도가 올라가고 부품들이 더 작아지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점점 가벼워지는 부품에 비해 금속 소재는 무겁고, 반도체 회로가 작아질수록 외부 전자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더 가볍고 성능 높은 차폐 소재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고성능 차폐 소재가 필요할 경우 금과 같은 귀금속이 사용되고 있지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맥신을 이용한 새로운 차폐 소재를 만들었다. 맥신은 중금속 타이타늄과 탄소 원자가 평평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2차원 물질이다. 여기에 질소 원자를 결합해 개량한 결과 금속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가볍고 성능도 우수한 차폐 소재를 구현했다.

머리카락 한가닥과 비슷한 40마이크로 두께의 맥신에 전자파를 쏘았더니 116데시벨(dB) 이상의 차폐 성능을 보였다. 구 센터장은 "이것은 전체 전자파 중 적으면 1000억분의 1, 많아봐야 10억분의 1만 남기고 전부 차단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귀금속과 비슷하거나 높은 성능이다.

전자파를 반사하는 대신 흡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차폐 소재에 반사된 전자파가 인체에 노출되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맥신이 신소재인 만큼 아직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대량생산 인프라만 갖춰지면 비싼 귀금속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차폐 소재의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생산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2~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용화될 경우 초소형·고집적 전자부품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국군 스탤스기에 적용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구 센터장은 전날 "국방부 관계자와 만나 스탤스기 응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재별 두께에 따른 차폐 성능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