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했던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반등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코로나 펜데믹(대유행)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 퀸스의 한 주택에 집을 매각한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23일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중위가격(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은 지난달 기준 31만1300달러(약 3억7000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대비 4.0%, 1년 전보다 2.8% 상승한 역대 최고치다. 미국 주택 중위가격은 2013년 이후 7년여 동안 계속 상승해 왔는데, 코로나 여파로 올 들어 상승 폭이 계속 줄었다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일리노이주 레이크카운티(-1.9%), 뉴욕(-1.9%),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1.8%), 하와이주 호놀룰루(-1.2%) 등 4개 도시를 제외하고 81개 도시 집값이 전년 대비 모두 올랐다.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11.1%),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11.0%),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10.8%)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레드핀은 주택의 잠정판매(Pending Sales) 지수가 반등했다는 점을 특히 주목했다. 잠정판매지수는 주택 구매 의사는 밝혔지만 대출 승인이 나오지 않아 계약이 아직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가계약 상태를 말한다. 이 지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전년 대비 5.4% 상승해, 코로나가 들이닥친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레드핀은 "매수자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인 잠정판매지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면서 "기록적으로 낮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영향으로, 코로나에도 불구 매수가 매도보다 많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미국 연방금융기관 프레디맥이 대출 기관 125곳으로부터 금리 자료를 받아 매주 평균 금리를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주 기준 미국 30년 모기지 평균 금리는 2.98%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 아래로 떨어졌다.

프레디맥은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주택 구매 수요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는데, 코로나 이후 수요가 회복되는 데는 10주도 걸리지 않았다"면서 "주택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여파에서 빠르게 반등하는 미국 부동산 수요.(MBA 구매지수와 잠정판매지수, 레드핀수요지수)

중국 역시 부동산 반등세가 뚜렷하다. 로이터는 중국 국가 통계국(NBS)을 인용해 지난달 70개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0.58%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NBS는 "6월 들어 비즈니스와 시장·일상 생활 활동이 지속적으로 회복하면서 주택 수요가 더 늘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에 소재한 부동산 중개업체 센터라인(Centaline)의 애널리스트 장다웨이는 로이터를 통해 "5~6월 NBS 통계를 살펴보면, 코로나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계속 뜨거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 도시의 주택 가격이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4.9%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또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주택 투자가 올해 상반기 1.9%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 등에선 국지적인 과열세가 나타나 최근 후커우(戶口·호적)를 취득한 뒤 36개월 동안 개인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납부해야만 집을 살 수 있도록 수요를 제한하는 조치를 새로 도입했다.

예상보다 빠른 ‘코로나 여파 탈출’이 미국·중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세계적인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코로나 초기에 심각했던 위기상황과 달리, 이제는 코로나가 일상화돼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코로나 여파가 예상보다 빨리 잠잠해지는 것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존의 강세를 이어갈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