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피해사실 증언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2차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A씨의 증언에 대해 ‘기쁨조’란 표현을 쓸 정도의 무거운 성추행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자, 다른 한 쪽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A씨 측은 지난 13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박 전 시장의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겪었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A씨 변호인 등은 "(비서실은) 결재를 받을 때 ‘시장님 기분 어때요?’ 등의 질문을 하며 시장 기분을 확인하고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요청했다"며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샤워를 할 때 비서가 옷장에 있는 속옷을 갖다줘야 했다"고 전했다.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이모씨가 지난 17일 “(박 전 시장의 피해자 증언이) 과연 ‘기쁨조’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일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는 A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들은 A씨 측이 폭로한 박 전 시장의 행동들이 성추행이라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사 이모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오는 것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바람에 속옷까지 다 젖은 일이 있었는데, 간호사들이 세탁하고 건조기에 다 돌려서는 퇴근할 때 개서 줬다"며 "(A씨는) 시장이 운동을 마치고 온 후 옷장에 있는 속옷을 갖다줘야 해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기쁨조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일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몸이 안 좋아 회복실에 누워 쉴 때 간호사들이 링겔을 달아주고 침대 하나 있는 조그만 방에 누워있는 저를 깨워야 했다"며 "이 간호사들이 기쁨조라는 말을 들었어야 마땅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가 올린 글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5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고 1200회 이상 공유됐다. 다만, 이 글은 현재는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

A씨 측이 최초 입장을 밝힌 지난 13일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도 피해자의 증언을 조롱하는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진 검사는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자수한다.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고 했다. 이어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며 "권력형 다중 성범죄"라고도 했다.

피해자 주장을 반박하는듯한 내용의 글은 각종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비서가 마땅히 해야할 일들인데 속옷 챙겨서 갖다 주는 일도 성추행이라고 한다"며 "영화 보면 뺨 맞아가며 고용주 애인 관리까지 하던데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상전이 따로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않다. A씨 측이 증언한 박 전 시장의 행동들은 명백한 성추행의 범주에 들어가며,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들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많다.

여성주의 활동가 김현영씨는 18일 페이스북에 ‘속옷 심부름’과 관련해 "땀에 젖은 속옷은 엄마만 해줄 수 있는 일이고, 사실 엄마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의사를 포함한 각 직군에서 ‘나도 그랬는데 성추행인가’라는 등의 ‘뒷걸음 자백’이 나오는데 이들의 성인지 감수성과 2차 가해 때문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도 "의사의 경우 간호사가 원해서 해준 것이고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싫지만 억지로 했다는 차이가 있는데 둘 사이 단순 비교가 가능하느냐"며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등의 주장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혈압 측정 한 번 시켰다고 처음부터 경찰서에 신고하는 사람이 있겠는가"라며 "그런 일이 쌓이고 쌓여 중단을 요청해도 해결이 안될 때 결국 신고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