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진단확률 100% '감자Y바이러스(PVY)' 현장 진단키트 개발·보급
제작기간․생산비 85% 이상 줄여

진단 확률 100%의 ‘감자Y바이러스(PVY)’ 현장 진단키트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독자 개발돼 농촌 현장에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다. 주로 진딧물에 의해 전파되는 감자바이러스병에 감염되면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없어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진단해 감염된 감자를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다.

감자Y바이러스에 감염돼 갈라진 감자.

농촌진흥청(농진청) 고령지연구소는 성균관대 세포공학연구팀과 공동으로 사람 항체 유전자를 이용해 실험동물 없이 실험실에서 감자Y바이러스 항체 대량 생산에 성공하고, 이를 이용해 감자Y바이러스 감염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농진청은 올해부터 국립종자원과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씨감자 생산업자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농산물 수입확대로 농작물 바이러스병 발생 위험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험동물 없이 시험관에서 대량 증식된 바이러스 항체로 감자Y바이러스 진단키트를 만들어 보급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는 감자Y바이러스 항체의 수입대체는 물론이고, 논란의 대상인 실험실 동물복지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될 전망이다.

항원-항체 반응은 외부에서 들어 오는 이종(異種)의 단백질(항원)에 저항하기 위해 몸에서 생성된 단백질(항체)이 항원을 억제하거나 기능을 저하시키는 반응을 말한다. 면역반응이 대표적인 사례다.

감자Y바이러스(PVY)에 감염되면 잎에 모자이크 증상을 생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생산량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을 때보다 30%쯤 감소한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냉해를 입으면 감자(덩이줄기)가 갈라져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번 진단키트의 가장 큰 특징은 실험동물 없이 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간이 발견한 모든 바이러스 항체는 항온 동물의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에 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저항 단백질이다. 항체 생산에는 주로 쥐·토끼·말·염소 등의 항상 체온이 일정한 항온동물이 이용된다.

연구팀은 사람이 가진 항체 생산 유전자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항체가 10억 종류에 달하는데 이 중 식물성 바이러스에도 저항할 수 있는 항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재조합 미니항체(scFv)를 이용해 감자Y바이러스에 저항하는 항체를 선발했고, 실험실에서 대장균을 이용해 개량 증식해 진단키트를 만들었다. 재조합 미니항체는 항체 생산 유전자의 가변부 절편을 쌍으로 연결해 생산한 재조합 항체다.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 항체를 생산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대장균을 이용해 항체를 증식하기 때문에 선발에서 목표 항체 생산까지 3주밖에 걸리지 않고, 생산량 제한이 없다. 쥐나 토끼의 혈액에 이용할 경우 진단하려는 병원체(항원)를 주입한 다음 혈액 속에 생성된 항체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6개월~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동물사육 시설과 동물세포 배양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와 관련해 ‘인간 scFv 항체 파지 표면제시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식물 바이러스 항체 생산 방법’으로 특허(10-2016-0081907)를 출원했다.

고령지연구소가 성균관대 세포공학연구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감자Y바이러스 진단키트.

이영규 고령지연구소 농업연구사는 "저비용 고효율의 항체 생산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됨에 따라 관련 산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1000 여종의 식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은행을 구축해 모든 바이러스병 감염에 조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