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실크로 만든 구강청결제 효과 규명

뽕잎을 먹고 있는 누에 모습.

과거 봄이 시작되고 시간이 흘러 뽕잎이 연두색 빛깔을 발산할 때쯤이면 시골 마을 집들에는 시렁에 얹은 채반마다 누에가 가득했다. 할머니들은 방금 누에 채반 가득 뽕잎을 얹어줬음에도 전혀 싫은 내색 없이 또 뽕잎을 덮어주곤 했다.

징그럽게 생긴 누에지만 뽕잎을 갉아 먹을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는 듣기 싫지 않았다. 아이들은 누에가 지은 고치에서 뽑은 실로 비단을 만들고, 누에 고치에서 맛 좋은 번데기가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한겨울 내린 눈보다 하얀 고치에 든 누에를 나방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이불장에 넣는 개구쟁이들도 많았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다.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만든 한국산 실크(비단)는 품질이 뛰어나 70년대 말까지만해도 수출 효자 품목이었다. 하지만 누에를 키워 돈을 벌던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질기고 저렴한 화학섬유가 빠르게 천연섬유를 대체하면서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값비싼 비단을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누에를 먹이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옷의 소재로나 쓰이던 실크가 옷감 이외의 용도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입냄새 제거에 탁월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실크를 이용해 입냄새 제거 지속 효과가 우수하고 살균 효과가 뛰어난 구강청결제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누에고치.

구강청결제는 치약·칫솔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강 보조용품이다. 지속적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구강청결제 시장은 2009년 200억원에서 2012년 300억원, 2015년 600억원으로 성장했다. 직장인을 비롯해 사회활동이 많은 성인이 칫솔질을 할 수 없을 때나 치아가 약한 어린이의 치아건강 보조 용품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실크 구강청결제는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와 식물성 추출물, 프로폴리스 등 천연물 등이 원료다.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단백질이 핵심원료다. 알코올·타르색소·보존제·계면활성제·트리클로산 등의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실크 구강청결제에는 생체 안정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실크 단백질 ‘세리신’ 성분이 들어 있어 상처 치유와 감염 억제 효능이 우수하다. 세리신은 세포증식이나 혈관재생 촉진과 관련된 ‘HIF-1α’와 ‘HIF-2α’의 발현을 증진시키고, 마크로파아지(대식세포)를 활성화해 살균과 상처 치유를 돕는 기능을 한다.

농진청은 실크 구강청결제의 효능 검증을 위해 3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구강청결제보다 살균 효과가 2배 이상 높았다. 입냄새 제거 효과는 30% 정도 증가했고, 시간도 기존 구강청결제보다 3배쯤 오래 지속됐다.

이 결과는 학술적으로 인정받아 실크 가글의 임상시험 결과는 IJIE (Int. J. Indust. Entomol.)에 게재됐다. 농진청은 산업화에 필요한 실크단백질을 포함하는 구강조성물(10-2018-0137420)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쳤고, 산업체에 기술도 이전했다.

이만영 농진청 잠사양봉소재과 과장은 "실크를 이용한 구강청결제는 약해진 구강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구성돼 일상에서는 물론 치과치료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