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중단됐던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재개됐지만, 코로나발(發) 일자리 가뭄이 해갈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취업자 수는 넉달 연속 수십만 명 규모로 줄어들고, 실업자는 매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 경제위기로 대기업 공채가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첫 직장을 찾기 위해 구직활동을 시작하는 20대 후반 실업률이 1999년 통계 작성 후 최고치로 올랐다. 코로나발 실업 사태가 경제활력을 심각하게 저해시키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정을 풀어서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정부 정책은 ‘언발에 오줌누기’가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노동 규제를 풀고, 기업의 사업재편,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제정책 전환이 없으면 일자리 가뭄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지난 5월부터 재개된 지자체 주관 비대면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자들이 코로나19 방역 교육을 받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재개로 60대 이상만 취업자 증가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대를 제외를 제외한 전(全)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급감했다. 60세 이상은 취업자가 33만8000명 늘었지만, 20대는 15만1000명, 30대 19만5000명, 40대 18만명, 50대 14만6000명씩 줄었다.

고용률도 만 15~29세 고용률(42%)은 전년대비 1.2%P(포인트), 30대(75.4%) 1.1%P, 40대 고용률(76.9%) 1.6%P, 50대(74.5%) 1.7%P 씩 하락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용률(43.8%)은 지난해 6월 대비 0.6%P, 65세 이상 고용률(35.5%)은 0.6%P 올랐다.

이같이 60세 이상 노령층만 취업자와 고용률이 올라가는 현상은 코로나로 일시 중단된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지난달부터 재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 사태로 지난 3~4월 일시 중단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지난달부터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정부는 올해 총 94만개의 공공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계획하고, 1~2월 중 30만개 가량을 진행했다. 5월부터 재개되는 60만개 가량의 공공 일자리 사업 대부분은 노인 일자리로 채워졌다.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일을 하지 않는 일시휴직자가 지난 5월(102만명)에 비해 30만명 줄어든 72만9000명으로 집계된 것도 노인 일자리 사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들이 코로나로 인한 사업 중단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0’으로 응답했다가 사업 재개로 근로시간이 존재하는 것으로 응답해 일시 휴직자가 감소했다는 해석이다. 일시휴직자는 지난 3, 4월 140만~170만명 수준으로 폭증한 바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들이 정부의 사업 재개 조치로 주당 작업 시간이 존재한 것으로 응답하면서 일시 휴직자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민간 일자리 흉년에 비경제활동인구 급증… "정책전환 시급"

이같은 흐름은 취업시장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공공 일자리 사업이 많은 보건 및 사회복지(16만4000명), 예술·스포츠(2만9000명) 등 공공서비스 부문은 취업자가 증가한 반면, 도소매업(-17만6000명), 음식숙박업(-18만6000명) 등은 취업자가 급감했다. 질좋은 민간 일자리의 보고로 인식되는 제조업 취업자는 6만5000명 감소해 지난 5월(-5만7000명)보다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재정을 투입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비경제활동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 3월 이후 매월 50만~80만명 사이의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업수당 등 현금을 뿌리는 식의 정책 대응은 재정 투입 대비 효과가 너무 떨어진다"면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의 유연성을 높여서 비대면 시대에도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노동규제 완화,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정책으로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경기후행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고용 경기 특성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는 고용 악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직된 노동 규제를 완화하면서 기업의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정책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