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銀) 역시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은 값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3월에 비하면 20% 가량 올랐지만, 금에 비하면 덜 오른 상황이다. 순수 안전자산에 가까운 금보다 은은 산업재로서 이중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은 가격이 금보다 더 빨리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최근월물 은 선물 가격은 트레이온스당 19.72달러에 마감됐다. 은 9월 인도분은 바로 전날인 13일에는 3.9% 급등하기도 했다.

버바트레이딩의 토드 버바 호로비츠 수석 전략가는 이날 원자재 전문 매체인 킷코 뉴스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중앙은행이 계속 강도높은 양적 완화 정책을 펴는 한 금과 은값 전망은 밝다"며 "은값이 1년 안에 30%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은 가격은 올 초 17~18달러대에서 움직인 뒤, 3월 들어 11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는 연초 수준을 넘어 2016년 1월 이후 4년 반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실버바.

은 또한 금처럼 안전자산 성격이 강하다 보니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가격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상 최고가를 향해 치솟는 금에 비하면 그나마 저평가됐다는 점도 은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금과 은의 가격 비율은 120배 넘게 벌어졌다가 현재는 95배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평균적으로 70∼90배 사이에서 움직였다. 현재 금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은 앞으로 당분간 금과 은 가격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CNBC는 전문가를 인용해 "금과 은 시장 강세 현상은 중앙은행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에 한꺼번에 대규모로 유입된 것이 언젠가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투영한 것"이라며 "은 가격은 금과 달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제조업이 살아나는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충분히 상승 동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 거부들 역시 최근에는 금보다 은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최근 블로그에 "금과 은 보유량을 계속 늘릴 것"이라며 "금 가격이 역사상 최고치인 반면 은 가격은 최고치의 70∼8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누가 나에게 둘 중 하나를 골라달라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을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은 가격이 금의 상승 속도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재 성격을 동시에 띈 은 특성상 경기 흐름에 금보다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 여전히 은보다 금에 대한 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이유도 금은 실수요와 투자 목적 수요가 은보다 크기 때문이다. 산업재 비중이 40%대 안팎인 은에 비해 금의 산업용 수요는 10% 미만이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경기 부양책이 줄지어 나오면서 은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계속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금 가격과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며 "반대로 경기가 회복세를 완연히 띈다면 은 가격 상승률이 금의 상승세를 넘어서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