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 컨퍼런스 강연
90년대식 메모리 생산 방식 대신 AI·빅데이터 기반 자동화 도입
"현장서 문제 생기면 클라우드로 전송해 AI가 해결"
3년간 시행착오 끝에 결실… 사내 데이터 분석가만 800명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화된 대량생산이 관건이었다. 생산성의 승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 추세에 따라) 대량 맞춤생산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어떤 기업도 ‘서든데스(sudden death)’를 맞을 수 밖에 없다."

송창록 SK하이닉스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부사장은 15일 시장조사업체 한국IDC 주최로 열린 ‘IDC CIO 서밋 2020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최근 3년간 SK하이닉스 생산 라인에 접목해온 인공지능(AI) 기반의 최신 플랫폼 적용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방식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송창록 SK하이닉스 부사장이 1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IDC CIO 서밋 2020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1990년대 이후 고착화된 메모리 생산 방식이 이어져왔다. 메모리 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건 생산성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들이 미세공정 기술 경쟁에 사활을 걸어온 것 역시 작은 칩 안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도록 집적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나노의 벽에서 미세공정 전환이 뚜렷하게 둔화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이같은 생산성 향상에 제동이 걸렸다. 과거 30나노, 20나노 시대에 비해 공정 스텝수가 현저하게 늘었고, 생산 프로세스가 복잡해지면서 수율(투입수에 대한 양품의 비율) 향상도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생산 프로세스가 복잡해진만큼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에 대한 의사결정과 해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였다.

송창록 부사장은 "생산 과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배경은 SK하이닉스의 직원들 대부분이 데이터 분석을 통한 논리 추론이나 혁신보다는 그날 그날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이벤트 디시전’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발생되는 문제를 처리해야할 IT 자원들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레거시 시스템이어서 대응이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이에 SK하이닉스는 3년전에 제조업의 최초 데이터 과학 임원조직을 만들었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AI 플랫폼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장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양의 사이즈가 엄청 크다. 0.1초마다 데이터가 올라오는데 반도체 웨이퍼 한 장에 수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정보가 올라오고 이를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과거에는 이처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요약해 대략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에도 200만건씩 발생하는 문제들을 직원들이 일일이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 부사장은 "지금은 SK하이닉스 메인 클라우드를 AI로 학습시켜 엣지로 내려보내면 AI가 생산현장의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며 "반대로 생산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메인 클라우드로 자동적으로 전송돼 해결하고 알아서 다시 현장으로 정보가 내려가 스스로 해결하는 플랫폼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특성에 맞게 시스템의 바탕은 소프트웨어정의(SDN) 방식으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그 위에 직원들이 근무 장소와 관계없이 일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를 얹어 인터페이스를 통합했다. 송 부사장은 "과거에는 (직군별로) 직원들이 들어가는 업무 인터페이스가 30~40개였다면 지금은 챗봇 형태의 UI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시일사학’이라는 문화가 있다. 시스템이 일하고 사람은 학습한다는 의미"라며 "좋은 시스템에서 좋은 사람이 끝없이 나온다. 이미 SK하이닉스에는 지난 3년간 시티즌 데이터 분석가(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초보자로서 자신의 업무에 AI 플랫폼 서비스를 적용하고자 하는 직원)가 800여명 양성됐고, 이들이 만든 AI 알고리즘이 3년간 씨를 뿌렸고 이제 수확을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