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130원) 오른 시급 872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월 근로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2만7170원 올랐다.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표결로 시급 8720원의 내년 적용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시급 8720원안은 정부가 추천·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금액으로, 표결에 참여한 16명(사용자 7명, 공익 9명) 가운데 찬성 9표를 받았다. 반대는 7표였다.

근로자 위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날 열린 8차 전원회의에 근로자 위원 한 축인 전국민주노총총연맹(민주노총) 추천 위원 4인이 경영계(사용자 위원)의 최저임금 삭감안에 반발해 들어오지 않았고, 공익위원 최종안 제시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위원 5인이 최저임금 심의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노총 추천 위원들은 사퇴 의사도 밝힌 상황이다.

사용자 위원 쪽에서도 1.5% 인상안인 공익위원 제시액에 반발,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위원 2명이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앞서 전날 열린 8차 전원회의에는 사용자 위원 측인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연합회 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다음 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구조다. 그러나 매번 어느 한쪽의 반발로, 모두가 표결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다. 결국 이번 최저임금 결정도 노동계 전원, 경영계 일부의 퇴장으로 ‘반쪽’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내년 적용할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2년 만에 역대 최저로 기록됐다. 이전까지는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가 2.7%로 가장 낮았고, 다음은 국제 금융위기가 있었던 2010년 2.75%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위기가 IMF도, 국제 금융위기도 뛰어 넘은 셈이다.

공익위원 측은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율을 제시한 것에 대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0.1%)와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1.0%)을 근거로 했다"고 했다.

노·사 양측은 각각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16.4% 인상), 8410원(2.1% 삭감)을 냈다. 이어 1차 수정안에서도 노·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구간’으로 8620~9110원(0.3~6.1% 인상)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 입장 차이는 계속됐고, 공익위원들은 노·사 요청으로 단일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노·사 모두 공익위원에 반발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 위원들은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 선고를 내렸다"며 "사용자위원의 편을 들어 스스로 편파성을 만천하에 보여줬다"고 했다.

최저임금 의결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제출한다. 이어 고용부 장관의 재심 요청이나 법으로 인정한 단체의 이의제기를 고용부 장관이 인정할 경우 재심이 이뤄진다. 단, 지금까지 재심이나 이의제기가 받아 들여진 적은 없다.

고용부 장관은 다음 달 5일 최저임금을 고시한다. 고시된 최저임금은 내년 1월1일부터 근로자 임금에 반영된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숫자가 93만~408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