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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계열의 바이오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요즘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속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기업공개(IPO) 때 자사 직원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우리사주를 받을 때까지 무조건 버티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원들은 "힘들어서 퇴사하고 싶은 날에도 우리사주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은 주변 직원들로부터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라고 전합니다. 이유는 바로 SK바이오팜의 ‘상장 대박’입니다. SK바이오팜이 상장 첫날부터 ‘따상(공모가 2배 가격으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 성공하면서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은 일제히 주식 부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임직원들은 1인당 평균 1만1820주(공모가 기준 약 5억8000만원)를 배정받았는데, 주가가 폭등하면서 평가금액이 약 24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래픽=정다운

앞서 국내 3대 바이오주로 불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도 ‘바이오 불패 행진’을 입증했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임직원 2000여명에게 공모가(13만6000원)에 주식을 배정했습니다. 현재 주가(10일)는 73만1000원입니다. 아직 팔지 않았다면 1주당 60만원 가량의 차익을 낸 셈입니다.

셀트리온(068270)도 2005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3만원대에 우리사주 청약을 실시했으나 현재 주가는 32만원대입니다. 셀트리온의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했던 2017년 7월에는 임직원 100여명이 주당 4만1000원에 우리사주를 받았는데요. 현재 주가는 10만6000원대로 수익률이 160%에 달합니다.

임직원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만 하면 다른 바이오 대장주들처럼 주가폭등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간 꾸준히 적자를 내왔지만, 최근에는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76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배 늘었고, 영업이익(1227억원)과 순이익(2634억원)도 흑자전환하며 ‘알짜 자회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바이오주가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로 떠오르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다른 직장인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한 직원은 "SK바이오팜 상장이 워낙 뜨거운 화제로 떠오른 탓에 갑자기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채용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많은 지인이 ‘언제 뽑느냐’, ‘나도 우리사주를 받고 싶다’고 장난을 칠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로 계열사 이동을 신청한 한 삼성전자(005930)직원은 SK바이오팜 투자 열기를 목격한 뒤 후회하고 있습니다. 장래성만 생각하고 너무 빨리 이직을 결정한 것 아닌지 후회된다고 얘기합니다. "만약 삼성바이오에피스 계열사 이동 공고가 뜨면 다시 지원할 생각이지만, 면접자들이 ‘철새’ 이미지를 떠올릴까 봐 두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른 시일 내 상장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바로 2015년에 벌어진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 논란 때문인데요. 사법당국은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는지 조사하는 상황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부정승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반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젠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상장 작업을 시작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