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뜻을 전하려는 시민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이름으로 장례식을 치르는 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서울시가 숨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고, 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리기로 한 결정을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초로 3선 서울시장을 지낸 만큼 예우를 해야 한다는 입장과 박 시장 관련 성추행 혐의 고소 건이 접수된 상황에서 대규모 추모 행사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는 10일 오후 3시 박 시장의 분향소를 서울시청 정문 인근에 설치한다.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부터 시민들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문을 원하는 직원과 시민들을 위해 청사 앞쪽에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을 애도하는 시민들은 분향소 설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제대로 추모하고싶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분향소는 시민들을 위해 필요하다"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5일장을 치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에 대해 추모하는 것조차 하면 안 되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경찰에 박 시장의 성추행 관련 사건이 접수된만큼 분향소 설치 등은 부적절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지난 8일 박 시장으로부터 2017년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박원순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하나"라고 썼다.

청원인은 또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인가"라며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청원 글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7만3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이 만 하루도 되지 않아 7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트위터에는 ‘#박원순_시장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도 시작됐다. 이들은 "서울시장 이름으로 장례식을 치루는 건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예방 조치를 해야 할 서울시가 이러고 있는 게 이해가 안 간다" 등의 트윗을 작성했다.

분향소를 마련하는 것이 박 시장의 철학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시장이 지난 2월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광장 등 도심지역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는데, 분향소를 설치해 인파가 몰리면 거리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만 사람이 몰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시청 앞 분향소를 설치 운영하면서 방역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