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인테리어 업체 직원 A씨(여·20대)는 최근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이후 업무가 늘어나 잦은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송파·강남구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소유자의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자 세를 줬던 집에 주인이 다시 들어가면서 노후화된 집을 리모델링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청담동이나 삼성동 일대 부촌에서 소유주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기본공사를 요청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최근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리모델링 수요가 늘면서 인테리어와 가구업체들의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일 발표된 22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의 양도세·취득세 부담이 대폭 늘면서 기존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해 거주하려는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깜짝 실적을 발표한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009240)은 전날 주가가 17.34% 오른 11만1000원에 마감했다. 한샘은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9%, 172.3% 증가하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이 성장한 것이 실적 개선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샘의 주가는 연초 이후로 66.4% 상승했다.

건축자재 기업 LG하우시스도 연초 이후 주가가 22% 넘게 올랐다. 욕실 인테리어 기업 대림B&Co는 19.28%, 건자재 기업 이건산업(008250)은 14.03%, 이 기업의 지주사 이건홀딩스(039020)는 16.37% 상승했다. 가구·인테리어 기업 현대리바트(079430)는 57.56% 올랐다.

올해 인테리어 기업의 주가가 꾸준히 오른 것은 상반기 코로나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샘을 비롯한, 이건산업, 현대리바트, LG하우시스 등은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17일 정부가 발표한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소유주의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 리모델링 수요가 급증한 것도 인테리어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4개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소유주가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이 생겼다. 이에 기존 소유주들은 세를 놓았던 집을 리모델링해 직접 거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는 한 인테리어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1번째 대책에 이어 다주택자의 과세를 강화하는 22번째 대책이 나오면서 주택시장 거래량이 줄고 실거주자들의 노후 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 노후는 심화되기 때문에 집을 처분 못하는 소유주들은 리모델링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현행 3.2%에서 6%로 인상하고, 1년 미만 보유 주택 매각 시 적용하는 양도세율을 40%에서 70%로, 2년 미만 보유 주택 매각 시 60% 세율을 적용하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또 개인이 2주택을 취득할 때는 취득세율을 주택가격의 8%로 높이고, 3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주택가격의 12%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아파트 건축 등 대공사에 건자재나 가구 납품 등에 주력했던 인테리어 업체들이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인테리업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