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코로나 대유행이 우리나라 ‘최고 부자’들의 운명도 갈라 놓았다. 보유 주식의 주가가 크게 엇갈리면서 자산 순위가 크게 뒤바뀐 것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순자산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고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순자산도 3분의 1 정도 감소했다.

반면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과 넥슨의 김정주 대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 등 ‘IT업계 거물’들의 자산은 대거 늘었다.

포브스가 집계한 한국의 50대 부호.

8일(현지 시각) 포브스는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를 집계한 결과, 총 29명의 순위가 하락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조사 결과, 제약업계 거물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순자산이 44%(14억달러, 18위) 줄어들며 백분율과 달러 기준에서 자산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인 존슨앤드존슨이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8억1000만달러의 한미약품 비만과 당뇨 치료제 계약을 해지하자, 한미약품의 주가가 추락했다.

이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순자산이 26% 하락하며 8위(32억달러)로 3계단이나 떨어졌다. 올 초 10년 만에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한 후 현대차의 주가는 급락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반면 코로나 대유행에도 오히려 자산 가치가 급증한 부자들도 17명에 달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과 넥슨의 김정주 대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 등 IT업계 거물들의 자산은 모두 늘었다.

김범수 의장의 순자산은 52억달러(5위)로 93%나 급증했다. 카카오톡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온라인 게임 등 코로나 대유행에도 격리 조치 기간에 카카오 이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1분기 수익은 1년 전보다 23% 늘었다.

마찬가지로 김정주 대표(96억달러, 3위)와 김택진 대표(25억달러, 10위), 이해진 의장(17억달러, 14위) 등도 모두 자산이 급증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달러 기준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었다. 셀트리온이 이달부터 코로나 치료를 위한 인간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서 회장의 재산은 40억달러 늘어난 114억달러로 집계됐다. 그는 50대 부호 순위 2위에 등극했다.

50대 부호 중 1위는 여전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 자산이 173억달러에 달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67억달러로 4위를 차지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40억달러), 최태원 SK그룹 회장(33억달러)이 6~7위에 올랐다.

이 밖에도 2명의 부자들이 새롭게 50대 부호 순위에 진입했다. 전자부품과 배터리 제조사인 일진머티리얼즈의 허재명 대표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일며 33위(9억9000만달러)로 순위가 치솟았다. 의류업체 F&F의 매출이 지난해 36% 늘어나며 김창수 대표가 49위(6억8000만달러)에 올랐다.

반면 3명의 부자들이 올해 50대 부호에서 탈락했고 지난 1월 별세한 ‘신발산업 거목’ 태광실업그룹 박연차 회장의 자산은 아직 정산되지 않았다.

한편 현재 기준 코스피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사실상 보합세를 보이며 50대 부호들의 1108억달러의 총 자산은 지난해(1100억달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포브스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을 반영해 50위권에 드는 부자들의 자산은 1년 전 8억5500만달러 수준에서 올해 6억1000만달러로 줄었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이번 50대 부호 자산 집계는 증권거래소와 애널리스트, 개인 데이터베이스, 정부기관 및 기타 출처 정보를 사용해 작성됐다고 밝혔다. 순자산은 6월 19일 종가 기준 주식 가격과 환율을 기준으로 했다. 민간기업은 유사한 상장기업과의 재무비율 및 기타 비교를 통해 평가됐으며 일부의 경우, 자산 추정치는 배우자의 몫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