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주 중 발표할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인상, 양도소득세 부담 강화 등 세금 폭탄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공급대책은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에서는 부동산 세금 강화와 주택공급 확대 대책을 동시에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부동산 수요 억제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등쌀에 힘을 못 쓰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는 이번에 발표될 부동산 대책이 발표 직후부터 부작용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공급대책이 시급한 상황인데, 수요만 조이는 대책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 비판여론에 대한 집권 여당의 ‘대증요법’적 처방이 부동산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7월 3일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종부세·양도세 세율 높아질 듯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오는 10일 부동산 세제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양도소득세 관련 법안의 남은 쟁점을 조율 중이다. 정부가 만든 초안에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추가 반영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전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초안에 비해 세금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이같은 논의 흐름은 여당측 주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와 국토부 등 경제부처에서는 세금 강화와 공급대책을 동시에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일 김현미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가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한 것도 경제부처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수요 억제를 위한 세금 대책부터 확정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이번 주 중 종부세 강화안 등을 발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12·16 대책 당시 종부세 최고세율을 4%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 과세표준 기준을 새로 만들어 종부세 최고세율을 5~6%로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종부세 세율 과표 기준선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1~2년 이내 단기 보유 주택 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16 대책 발표 때 정부는 2021년 이후 양도분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고 1년 이상∼2년 미만 보유 주택은 현행 기본세율(6~42%) 대신 40%의 양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세율을 이보다 더 상향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다만,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1년 미만 주택 매매 시 양도세율 최대 80% 적용’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10%P(포인트), 3주택자는 20%P의 양도세를 더 내는데, 이 때 적용하는 중과 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을 주도하고 있는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부동산 정책… "백약이 무효"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종부세 강화 등 규제 일변도로 마련되면서 대책 발표 이전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수요를 눌러서 집값을 잡겠다는 대증요법만 남발된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을 높이면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오판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팔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 주장이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고려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분적으로 양도세 부담을 완화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 억제책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정치 논리가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에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 정책 기조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을 줬다가 다시 뺐는 부동산 임대사업자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구조로는 정부 부동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해도 사업 추진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경제연구원의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일관된 정책 기조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부동산 세율 같은 주요 정책이 시행도 해보지 않고 바뀌는 걸 보고 누가 정책 기조에 대한 신뢰감을 갖겠느냐"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