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집단발병의 주요 진원지로 방문판매업체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발견된 집단발병 사례의 감염경로 대부분이 ‘방판’으로 판명나서다. 지금까지 100명에 육박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광주광역시 지역감염 사례나, 최초의 성당 집단감염으로 꼽히는 경기 고양시 덕양성당 사례 모두 방판이 진원지였다.

방역당국이 지난 30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들이 모임을 가진 광주광역시 동구 한 오피스텔 10층 사무실을 임시 폐쇄했다. 해당 사무실은 다단계 방문판매업체 사무실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방판이 주로 홍보관, 체험관 등이라는 것을 내세워 밀폐된 환경에서 다수 방문자들이 밀집해 장시간 접촉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코로나 전파가 쉬운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자들은 방판을 통해 코로나에 전염된 뒤, 성당·교회·절 등 종교시설을 비롯해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다시 코로나 전파를 일으키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전에 광주 광륵사 관련이라고 말했던 집단발병이 광주 방문판매 모임으로 바뀌었다"며 "광주의 경우 금양빌딩(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문판매에 대한 보고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당국이 ‘2차 유행’으로 명명한 광주 방판 관련 집단발병은 지난달 27일 이후 어느새 100명에 육박한 상태다. 9일 오전 중으로 1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광륵사 13명, 금양빌딩 25명, 광주사랑교회 17명, 광주일곡중앙교회 17명 등 다수의 확진자가 나왔고, 한울요양원, 여행 모임, SM 사우나 등에서도 관련 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경기 수원시 교인모임 관련 집단발병도 당초에는 감염경로가 불분명해 별도 감염사례로 분류했으나, 수도권 방판 모임으로 명칭이 정정됐다. 정 본부장은 "인천 아파트에서의 방문판매(9명)라거나 관악구의 위디라는 방문판매 관련(3명) 그리고 군포에서 있었던 해피랑힐링센터 관련(5명) 이 모두가 다 방문판매하고 연관된 그런 집단발병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보고된 고양시 원당성당 관련(6명)해서도 이 방문판매를 다녀오신 교인께서 먼저 감염이 됐기 때문에 수도권 방문판매 관련된 사례로 분류해 현재 역학조사와 관리가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대전·충청권 집단발병 역시 수도권 방판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 지역 코로나 핵심 전파자로 꼽히는 환자 2명은 방판 업무로 수차례 수도권을 방문했고, 이들이 다시 지역사회에 코로나를 퍼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확진자 진술, GPS(위성항법시스템), CC(폐쇄회로)TV 분석 등을 통해 수도권 방판에서 시작된 코로나가 대전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강하게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대전 방문판매 또는 큰나무교회 관련된 유행의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도권 확진 사례(방판)하고 접촉, 만남이나 이런 노출력이 있었던 것은 확인을 했고, 다만 시간적인 선후관계나 어떤 환자들이 먼저 발병했는지 하는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분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이 보는 방판 코로나 전파의 특성은 다수의 업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본부장은 "(방판) 체험행사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또 (참석자들이) 장시간 체험과 대화를 통해 코로나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며 "방문판매를 매개로 (감염자들이) 일부 종교행사에 참석해 종교시설 전파를 일으키고, 방판 참여자가 요양보호사,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여서 이들 기관으로 코로나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방판 업체의 활동 자체를 완전히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인식이다. 방판 체험관 등을 이미 고위험시설로 관리하고는 있으나, 이를 피해 업체들이 소규모 가정방문 설명회 등으로 홍보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방문판매에 대해서는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홍보관이나 체험관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으나, 가정이나 소규모 모임으로 퍼지는 양상이어서 작은 모임까지 행정당국이 모두 다 찾아다니면서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소규모 가정 방문 설명회 등) 모임을 참석하시는 국민께서 특별히 주의하기를 거듭 당부하고, 또 특히 어르신들은 모임을 갈 경우에는 중증환자로 이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며 "어르신들이 그런(방판관련) 모임을 참석하지 않도록 가족들이 각별히 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