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만명 쓰는 보맵, 헬스케어·마이데이터 강화
"보험, 사후 보전→사전 예방으로 역할 확대해야"

"앞으로 보험사는 금융영역을 뛰어넘어 헬스케어(건강관리) 회사에 가까워질 겁니다. 보험의 역할이 사후 실손 보전에서 사전 건강예방까지 확대되면서 보험사가 고객의 건강분석과 운동습관, 식생활 등을 파악하고 도와주는 역할까지 해낼 거라 봅니다."

지난 6일 만난 류준우 보맵(41) 대표는 ‘헬스케어’라는 단어를 유난히 많이 입에 올렸다. 보맵은 하나금융그룹,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은 국내 대표 인슈어테크(insurtech) 회사다. 2015년 설립된 보맵은 가입한 보험상품 한눈에 확인하기, 보험금 간편청구 서비스로 사용자가 늘면서 현재 사용자가 220만명에 달한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보맵 사무실에서 만난 류준우 보맵 대표.

류 대표는 "보험사는 들어온 것(보험료) 대비 나간 것(보험금)이 적기만 하면 돌아간다. 돈을 적게 모아도 지출이 적으면 이득인 것"이라며 "보험사가 (새 상품을 만들 때) 가장 어려워하는게 언더라이팅(피보험자의 위험을 판단해 인수를 결정하는 행위)인데, 가령 건강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예방까지 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보험료가 낮아져 피보험자에게도 좋고, 가입자도 늘어 보험사에게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AIA생명의 바이탈리티 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많이 걸으면 보험료를 깎아주는데 이 상품이 좋은 예"라고 했다.

이어 류 대표는 "이에 보맵은 앞으로 확대되는 마이데이터와 공공데이터의 조합을 통해 상품 설계부터 관리, 청구까지 다 커버하는 고객 맞춤형 비대면 완결 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맵은 7월말 암, 뇌질환, 어린이, 실손 등 장기 건강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헬스케어 데이터분석 기업 메디에이지와 손을 잡고 ‘건강 분석 서비스’와 ‘개인맞춤형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를 내놓는다. 헬스케어 영역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류 대표는 "이제 본격적으로 생명보험 상품을 시작한다"고 했다. 여지껏 손해보험사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상품을 내놓는 경우는 많았지만, 생명보험사는 많지 않았다.

그는 "생명보험이 성장한계에 다다르면서 사망위험이나 건강, 상해 보장 등 보험 본연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저축성 상품, 연금상품, 변액 상품 등 자산운용 수익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결과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보험사의 위기론이 대두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똑같은 상품에 매력 없는 금융 조건을 붙여서 파니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보맵은 보험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험산업은 디지털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보험사들이 너도나도 디지털 상품을 만들고 국내 디지털 공룡인 카카오(035720)와 네이버도 각각 금융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보험 산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류 대표는 "많은 금융그룹들이 보험을 은행, 증권 다음으로 생각하지만, 보맵은 보험만 생각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가령 네이버는 쇼핑,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시너지가 나는 일회성 상품들을 팔 가능성이 높지만, 보맵은 전면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보험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태국 등 해외 진출에 대해선 "보험업의 기회는 동남아에 있다"며 "문화 차이로 많은 보험사들이 진출을 어려워하지만, 보맵은 IT 솔루션 기업으로 현지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확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