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체에 다니는 30대 김모씨는 요즘 아내의 주식 투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내가 자주 매매하는 주식은 바로 삼성중공업 우선주. 지난달부터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을 보이는 종목이다. 그는 "처음에는 아내한테 너무 위험하니까 투자를 그만하라고 했는데, 자꾸만 수익이 나니 이제 뭐라고 할 말도 없다"며 한숨 쉬었다.

한차례 폭등했던 삼성중공업 우선주가 사흘 만에 다시 2배 넘게 뛰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상반기 역대급으로 부진한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상한가 랠리를 펼치는 중이다. 적지 않은 조선업계 관계자들이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너무 부럽고, 저 거품이 언제 꺼질지 궁금해서 매일 시세를 검색해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지난 3일 30만원대에 머물렀지만 3거래일 내내 30%씩 오르면서 다시 70만원을 넘보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 보통주가 2.7%(160원) 빠진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중공업 우선주 급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지난달 1일만 해도 주당 5만4500원이었으나,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소식에 급등세를 탔다.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10거래일 내내 상한가를 기록하며 74만원을 돌파했다. ‘증시 가격 상승 제한폭이 30%로 확대된 후 최장기간 연속 상한가’라는 기록도 세웠다.

투자자들의 기쁨도 잠시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지난달 중순 거품이 꺼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9일 장중 96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뚝뚝 떨어지며 이달 초 30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 우선주 광풍은 끝났다"라는 분석이 이어졌지만, 이를 비웃듯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최근 3개월간 주가.

조선업계 종사자들은 "삼성중공업 우선주 광풍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올해 조선업계의 수주가 2010년 이후 최악 수준으로 부진한 데다 시황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조선 3사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조선소별 누계 수주액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이 14억달러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이 9억달러, 삼성중공업이 5억달러였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수주는 탱커 5척이 전부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84% 줄었다.

목표 대비 달성률로 봐도 삼성중공업이 가장 부진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목표치(72억달러)의 19.8%, 현대중공업은 목표치(98억달러)의 9.5%를 달성했으나, 삼성중공업은 목표치(84억달러)의 6%를 채우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적자가 8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빅3 조선사 중 국제유가와 가장 연동되는 실적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유가가 급락하고, 시추선 가동률과 운임이 떨어져 드릴십 장부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결정이 지연되고 설계 작업량이 줄면서 고정비 부담까지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 우선주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달 삼성중공업의 상장주식 수가 적고 시가총액이 낮아 투기세력이 조종하기 쉽다며 투자유의안내를 하기도 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중에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자금) 때문에 자금이 우선주에 몰리고 있다"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