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갑질 압박 나선 공정위…"시장획정과 경쟁제한성 문제"

배달의 민족(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DH) 기업결합심사 발표 시기가 임박해지면서 ‘공룡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달앱 시장은 배민, 요기요, 배달통 등 3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100%에 가까운데, DH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다. 배민과 DH가 합병하면 사실상 하나의 회사가 배달앱 시장을 100% 장악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플랫폼 갑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배민·DH 인수합병을 불허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는 올 가을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최장 120일이며 자료 제출 기간은 심사 기간에서 빠진다. 배민과 DH 측은 지난해 12월 30일에 신고했다.

배달의 민족·요기요 로고

경제계에서는 최근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의 갑질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이 배민·요기요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에 수수료나 광고비 등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갑질 방지법'이다. 당초 공정위는 플랫폼 관련 지침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더 적극적으로 제재에 나서는 모양새다.

공정위가 플랫폼 갑질을 적극적으로 제재하기로 한 것은 플랫폼 갑질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오프라인 시장을 넘볼 정도로 시장의 크기가 커지면서 독과점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기존 산업과는 시장 특성이 달라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경쟁제한성 등에 대해 공정위가 적합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 모호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음식점과 주문자를 잇는 배달앱과 같이 '양면시장'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고객이 단일한 일반적인 단면시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장지배적지위남용·불공정심사지침을 적용해서는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공정위는 플랫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 특성을 반영한 규정을 마련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규정이 생긴다면 플랫폼 갑질과 경쟁제한성을 연결지을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마련된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기간 중 배민과 요기요 측의 ‘플랫폼 갑질’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입점업체에 ‘최저가보장제’를 강요한 요기요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배달 사고 등에 책임을 지지 않는 배민의 약관도 시정을 요구했다.

기업결합 심사에서는 경쟁제한성이 주된 판단 요소다. 그러나 독점적인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 갑질이 만연한 상황을 공정위가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있다. 플랫폼 갑질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숭규 기업결합 과장은 "기업결합은 오로지 경쟁제한성을 놓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정상 해당법이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며 "다만 플랫폼 공정화법이 기업결합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단순히 배달앱 시장 내 시장점유율만 놓고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배민·DH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은 시장획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획정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수요나 공급 대체성으로 판단하며 시장의 규모와 범위를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가 시장획정을 배달앱 시장만 놓고 본다면 인수합병을 불허할 확률이 높지만, 온라인 배달 시장 전체로 본다면 조건부 승인을 내릴 수 있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기간 산업처럼 비용이 많이 들거나 진입 자체가 어려운 구조가 아니어서 인수합병 이후에도 경쟁제한성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향후 플랫폼 사업의 시장지배력 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서 이목이 집중된 상태"라면서 "공정위 결정에 따라서 한국의 플랫폼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소비자단체 등은 배민·요기요 인수 합병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노동시민단체는 지난 7일 배민과 요기요 인수합병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미 3개 업체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해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될 경우 더 큰 독과점 폐해가 발생할 것을 경고하며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불허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