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 ‘카드산업 디지털 혁신현황’ 세미나

"플랫폼 비즈니스의 원조는 카드사라는 것을 아시나요? 가맹점과 카드사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플랫폼이죠. 그러나 카드사는 반성해야 합니다. 급속하게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저희 카드사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왜 플랫폼을 갖고 있으면서도 핀테크처럼 혁신하지 못했을까요?"

유창우 비자 컨설팅&애널리틱스 상무는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여신금융협회가 개최한 여신금융세미나에 참석해 "카드업계는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카드산업의 디지털 혁신현황 및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주현(왼쪽 네번째) 여신금융협회장과 카드업계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여신금융세미나에 참석했다.

유 상무는 지금이야말로 카드업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첫 번째 위기가 왔고, 핀테크·빅테크,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의 등장으로 두 번째 위기가 왔다"며 "세 번째 위기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카드사 수익의 원천인 가맹점 수익, 이자수익 등은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상무는 카드사들이 이미 가맹점망이라는 네트워크를 확보한 만큼, 핀테크 대비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우위에 있다고 봤다. 그는 "카드사 혁신을 위해선 '초연결', 즉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하는데, 그 수단인 API를 어떤 식으로 확보하고 어떤 전략을 통해 이 API를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상무는 ▲조직 내 오픈API 역량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있는지 ▲현재 가능한 오픈API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지 ▲오픈 API 상용화를 위한 전략과 구체적인 모델은 무엇인지 등을 각 카드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국내 카드업이 금융당국의 규제 등으로 혁신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신용 관리를 잘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지속적으로 카드사들을 관리해왔다"며 "전세계적으로 카드상품 수익성을 정부가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우상수 신한카드 빅데이터 사업본부 셀장 역시 카드사가 새로운 데이터 시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봤다. 우 셀장은 "신한카드만 봐도 2600만 고객과 신용카드 기준 월 3억건 가량의 결제 정보, 270만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카드사들은 단순히 데이터가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쓸 수 있도록 잘 관리하고 정제해왔다"고 말했다. 즉 카드업계 공통으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은 이미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카드는 일상에 젖어있다보니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디지털 혁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카드업계가 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