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년 中 증시, 140% 급등 후 석달 만에 반토막
주식투자 권유한 관영매체 사설이 발단…경제회복 근거 미약
"증시 거품 안 꼈다"…주가지수 낮고 중국 정부도 신중

"'건강한 강세시장'은 위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변화하는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국면을 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6일, 중국 증권보 1면 사설)

6일 주식 투자를 독려하는 관영매체의 사설에 힘입어 중국 상하이 증시가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2014~2015년에 발생한 증시 거품과 붕괴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투자회사 앞에 있는 황소 동상.

전날 상하이 증시는 5.71% 오른 3332.88에 거래를 마친 뒤 이날도 상승하고 있다. 전날 상승 폭은 2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상위 300개 종목을 지수화 한 CSI300지수는 5.7% 올랐는데, 5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상하이 증시가 오른 결정적인 원인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증권전문지인 중국 증권보의 1면 사설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을 알리는 역할을 해온 이 신문은 사설에서 "30년 간 중국 금융시장에 건강한 강세시장의 여건이 마련됐다"며 "높은 자산가격이 소비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썼다.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니 주식 투자를 하라고 권유한 것이다.

이 회사는 소셜미디어 블로그에 "하하하하! 새로운 강세시장의 특성이 뚜렷해지고 있다"고도 썼다. 이에 중국 SNS에 '주식계좌 개설'이라는 단어 검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영국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올리버 존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주식이 하루에 6% 가까이 오를 만한 경제적인 근거가 거의 없다"며 "이번 급등은 지난 2015년 증시 붕괴와 질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증시 붕괴는 중국 상하이증시가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40% 상승했다가, 이후 석달에 걸쳐 반토막 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중국 경제가 이전보다 낮은 성장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정부가 여유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한 결과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이 급증했다. 그때도 중국 관영언론이 주식 투자를 독려하는 사설을 실었다.

대출을 통한 주식 투자가 급증하자 중국 증권감독당국이 마진거래(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를 위한 최소 증거금을 인상하는 등 단계적인 규제 강화에 나섰고 이때부터 증시가 급락해 시가총액 3분의1이 날아갔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2015년의 증시 급락이 올해 또 한번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5년에는 상하이 종합지수가 불과 1년 만에 140% 상승해 명백히 과열된 상황이었지만 올 들어 주가지수는 급격한 오르내림 없이 300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출을 통한 주식 투자도 늘어나긴 했지만 2015년에 비하면 적다.

중국 헝성자산운용의 다이밍 펀드매니저는 "2014~2015년처럼 시장 곳곳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 아니고 중국 정부는 현재 통화정책 추진에 상당히 신중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실제로 회복하고 있다는 근거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대형 국유기업은 물론 수출업체와 중소기업의 여건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가 50이 넘었는데, 이는 경제활동이 개선되고 있음을 뜻한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중국 증시가 5~10년 안에 두 배로 오를 것이라며 증권업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