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MRC, 바이오뱅크 통해 인간 유전자 돌연변이 4종 발견
"통계청 표본 조사, 영국 인구 2.2%가 해당 돌연변이 가져"

염색체 속 DNA 이중나선. 나선 사이를 이어주는 염기들의 배열(염기서열)에 유전정보가 담겨있다. 영국 MRC 연구팀은 염기서열이 바뀐 유전자 돌연변이 4개가 코로나19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임을 밝혔다.

영국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시 사망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돌연변이 4개를 발견했다. 표본 조사 결과 영국 인구의 2.2%가 적어도 하나의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분자생물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코로나19 환자들의 유전체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5일(현지시각) 의학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했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질병 연구에 필요한 유전체 데이터 구축을 위해 영국 보건부와 MRC 등이 함께 설립한 기관으로, 현재 50만여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달 12일 기준 바이오뱅크에 유전체 정보가 등록된 코로나19 확진자 1321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중 사망자 180명과 생존자 1141명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5, 6, 8, 17번 염색체에 들어있는 ‘ERAP2’ ‘TMEM181’ ‘BRF2’ ‘ALOXE3’ 등 총 4개 유전자에 발생하는 ‘미스센스 돌연변이’가 코로나19 사망 위험인자로 확인됐다.

유전자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염기서열을 설계도 삼아 각종 체내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미스센스 돌연변이는 이 설계도 일부를 바꿔 다른 단백질이 생산되도록 한다.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 돌연변이는 인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거나 조절하는 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영국통계청(ONS)에 등록된 유럽계·남아시아계·아프리카계 자국민들의 염색체 표본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인구의 2.2%가 4개 돌연변이 중 하나 이상을 가졌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적은 데이터로 성급히 결론내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시급성을 감안해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며 "표본 크기는 작지만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데이터 연구를 통해 또다른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