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 단장·박경표 교수 연구팀,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 개발
기존 美 FDA 승인 약물 대비 투약량 360분의 1에 생존율 3.3배 높여

현택환 IBS 단장과 박경표 서울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방사선 보호제 물질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

국내 연구진이 기존보다 보호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인 새로운 방사선 보호제 물질을 개발했다. 쥐 실험 결과 치사율 100%의 방사선 노출에도 66%가 생존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과 박경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방사선 노출 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방사선에 피폭되면 몸속의 물 분자가 분해돼 많은 양의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보통의 산소가 변형된 형태로, 세포에 손상을 입힌다. 세포 손상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방사선 보호제는 이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효능을 가진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보호제는 ‘아미포스틴’뿐이다. 하지만 이 약은 지속시간이 30분 이내로 짧은 편으로 보호 효과가 한정적이고, 다량을 투여해야 해서 약의 독성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패혈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활성산소 관련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세륨산화물과 망간산화물을 나노입자로 결합한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를 성분으로 하는 방사선 보호제를 만들었다.

쥐 실험 결과 치사율 100% 방사선 노출에도 66%의 개체가 살아남았다. 이는 아미포스틴보다 3.3배 높은 생존율이다. 투여량은 아미포스틴의 360분의 1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소장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모형인 ‘소장 오가노이드’에 보호제를 투여하고 방사선에 노출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연구팀은 "그 결과 DNA와 세포 손상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세포 재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나노입자를 방사선 보호제 외 다양한 활성산소 관련 질병에 적용해볼 예정이다.

현 단장은 "의학적 활용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 우려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11일자로 온라인 게재됐으며 8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다.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의 각종 방사선 보호 효과를 설명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