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르면 이번 주 초 만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을 도모한다. 이로써 지난 5월 현대차 정 부회장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으로 시작된 현대차와 배터리 3사 간 회동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5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주 초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공장을 찾아 최 회장과 만난다. 양 기업 측은 일정을 최종 조율 중에 있으며 회동 일정은 7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지난달 구광모 LG그룹 대표를 만날 때도 각각 천안 삼성SDI와 오창 LG화학 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SK그룹 측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이장원 배터리연구소장 등이 참석한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등 글로벌 전시회에서 정 부회장과 친분을 쌓아 온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삼성SDI에 이은 국내 3위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부터 양산되는 현대·기아차의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입찰을 거쳐 약 5년간 10조원 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주로 기아차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사용돼 왔는데 앞으로는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로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재벌가의 후계자로 어릴 때부터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인 만큼 이번 만남에서 또 다른 성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총수가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력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인용 비행체(PAV)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에 들어갈 배터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선 최재원 부회장과 김준 사장이 PAV 모형이 전시돼 있는 현대차 부스를 방문해 정 부회장,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사장) 등을 만나 협업의 물꼬를 텄다. 당시 양측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상용화를 위해 PAV, PBV에 들어갈 가벼우면서 주행 거리가 긴 배터리와 첨단 소재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이번 현대차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톱5'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며 올해 들어 5월까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총량은 LG화학이 누적 점유율 24.2%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SDI가 6.4%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4.1%로 글로벌 7위 자리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