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해외여행 대신 골프장 찾는 젊은이들
리조트룩 고르듯 골프복 골라... 온라인 골프 쇼핑몰도 성행

“더 젊어졌어요.” 코로나19 여파로 골프장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골프웨어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윙샷(스윙하는 사진) 예쁘게 찍어야죠."

직장인 박정현씨(36·여)는 이달 골프 리조트로의 휴가를 앞두고 새 골프복을 장만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을 못 가게 돼 국내 골프 리조트로 휴가를 가기로 했다.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골프복과 용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골프장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골프웨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른 스포츠나 레저 활동보다 ‘골프는 안전하다’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골프장 이용객이 증가한 데다, 운동복도 패션을 따지는 젊은 골퍼들이 늘면서 골프복과 용품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 ‘사진 반, 골프 반’ 여행사진 찍듯 골프사진 찍는 젊은이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골프의류와 용품은 야외 활동이 많아진 5월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골프용품 매출 신장률은 4월 43.1%, 5월 38.9%, 6월 27.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골프웨어는 5.1%(4월), 15.7%(5월), 26.3%(6월)로 월별 증가세가 높아졌다. 롯데백화점은 4월까지만 해도 골프 상품군 매출이 5.3% 감소했지만, 5월과 6월에는 각각 7.8%, 10.8%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5월을 기점으로 골프·아웃도어 등 레저상품군이 두 자릿수 신장했다"며 "코로나 여파로 외출을 자제했던 고객들이 날씨가 더워지면서 골프나 등산 등 야외 활동을 늘린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골프 인증 사진들.

실제로 인터넷 골프 예약 사이트 엑스골프에 따르면 올해 1월 1만3709건이던 예약 건수는 5월 5만959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한화리조트가 운영하는 주요 골프장 5개의 4~6월 예약팀도 전년 대비 110% 늘었다.

젊은 골퍼가 늘어난 것도 골프의류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맛집에 가거나 여행할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듯, 골프 하는 모습을 찍어 인증한다. 일명 ‘스윙샷’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골프 #골프스타그램 #골프스윙 #골프웨어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총 600만여 개로, 푸른 필드 위에서 스윙하는 젊은 골퍼들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직장인 김민아씨(32·여)는 "스윙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공들여서 찍는다. '골프 반, 사진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웃음)"라며 "아무래도 예쁜 골프복을 입어야 사진이 잘 나오니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 화려한 골프복 가고 심플한 골프복 왔다… 온라인 편집숍도 등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프복 하면 알록달록한 색과 요란한 문양이 들어간 중년풍 옷을 떠올렸지만, 요즘엔 기능성을 갖춘 날렵하고 현대적인 골프복이 대세다. 시장에선 이런 스타일을 ‘퍼포먼스 골프웨어’라고 부른다. 원색보단 검은색, 흰색, 남색 등이 주로 쓰이고, PXG어패럴, 타이틀리스트, 제이린드버그 등 골프용품 브랜드에서 파생된 브랜드가 인기다. 골프용품으로 유명한 PXG와 타이틀리스트는 국내에서만 골프의류를 전개한다.

PXG어패럴의 남성용 골프웨어(왼쪽)와 사우스케이프의 여성용 골프웨어.

손상훈 롯데백화점 레저 치프 바이어는 "보통 40대까지를 영(Young) 골퍼로 치는데, 국내에선 이들의 비중이 전체의 65%를 차지한다"며 "패턴이나 캐릭터가 들어간 옷보다 심플한 옷을 선호하는 젊은 골퍼들의 취향에 맞춰 골프복도 젊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액세서리도 다양해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올 상반기 론칭한 미국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G/FORE)는 13가지 색상의 장갑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 장갑하면 남자는 검정, 여자는 흰색이 일반적이었지만 다양한 색상으로 고정관념을 깼다. 양말, 신발 등도 다채롭게 선보여 개성과 취향에 따라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비대면(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따라 골프의류와 용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다른 의류에 비해 고가인 골프웨어는 기존엔 백화점이나 가두점에서 판매돼 왔으나,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디지털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G마켓에선 4~6월 사이 남성 골프의류의 매출이 55% 신장했고, 모자, 양말, 장갑 등 골프잡화(29%)와 골프 연습 용품(42%) 등도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남성 골프의류 연 매출 신장률이 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신장했다. 11번가에서도 지난달 골프 피팅용품(54%), 필드용품(36%), 골프백(28%) 등의 매출이 일제히 성장했다.

25~45세 골퍼를 겨냥한 온라인 골프웨어 편집숍 ‘더카트’.

이에 골프복 업체들은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지난 5월 25~45세 골퍼를 겨냥한 온라인 골프웨어 편집숍 ‘더카트’를 출범했다. 자사 브랜드인 왁·잭니클라우스·엘로드를 포함해 국내외 브랜드 11개를 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골퍼들의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에 맞춰 새로운 유통 장르를 개척했다"며 "향후 토탈 골프 전문 플랫폼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핑·팬텀·파리게이츠 등을 운영하는 골프의류업체 크리스에프앤씨도 자사 온라인 쇼핑몰 ‘크리스몰’을 강화하고 있다. 이 쇼핑몰의 온라인 회원 수는 지난해 초만 해도 3만 명 정도였지만, 올해 6월 기준 54만 명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패션전문기업 한섬 창업자 정재봉 회장이 사우스케이프 골프웨어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론칭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2019년 4조6000억원에서 2022년 6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11% 성장이 전망된다. 한 골프의류 업체 관계자는 "골프의류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 여파로 인한 보복소비 영향도 있어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골프웨어 시장은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