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슬레이브' '블랙리스트' 차별적 용어 사용 않기로
"오랜 기간 고착, 변화에 시간 걸릴 것...지금이 변화 적기"

1일 미국 유타주에서 반(反)인종차별 시위대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사내 자료나 기술적 코드에서 '블랙리스트(blacklist)', '마스터(Master)', 슬레이브(Slave)'와 같이 인종차별적 요소가 담긴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 문제에 정통한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마스터'와 '슬레이브'는 프로그래밍과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사용되는 언어다. 각각 다른 것을 제어하는 활성 장치와 제어를 받는 수동 장치라는 의미를 갖지만, 주종관계에 근거한 노예제도와 관련된 단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블랙리스트'는 주로 기업의 사이버보안 부서에서 금지한 웹사이트 목록 등 자동 거부되는 항목을 기술할 때 쓰인다. 반대로 '화이트리스트'는 자동 승인된 항목을 의미한다. 이 용어들은 흑백 간 의미적 선악 구도를 형성하고, 특정 색깔이나 인종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업계에서 인종차별적 문구 퇴출 운동에 나선 건 JP모건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IT업계와 부동산, 음악계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이 먼저 제기됐고, 이러한 용어들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었다.

로이터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산업 전반에서 인종차별적 의미를 지닌 단어들에 대한 재검증 여론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또 JP모건이 금융전문가 그룹 내 유색인종과 혐오 문화에 문제의식을 가진 직원들을 장려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용어들이 오랜 기간 고착된 만큼, 단기간 내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컬럼비아 경영대학 프로그래밍 교수인 마탄 그리펠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 용어들은 이미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은행 코드 내에서 이런 용어를 바꾸는 데 수백만 달러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이건 사소한 투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반드시 변화를 해야 하고, 지금이 어느때보다 좋은 시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