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발언이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이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잘못 보도된 후 파문이 일자, 국토부에서는 1일 김 장관의 정확한 발언이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했다" "(12·16대책이나 6·17대책 중) 어떤 정책은 시행되지 않아, 모든 정책이 작동되는 결과를 추후에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였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6·17대책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더 들썩이는 상황에서 여론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책이 통한 곳이 없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김 장관의 지역구였던 일산서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차 추경안 편성과 관련해 부처의 기금운용변경안에 대해 제안설명하고 있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2019년 5월 "집이 없는 실수요자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라고 밝힌 것을 포함해, 부동산 대책 발표 때마다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집값을 잡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번 발언 역시 부동산 정책의 성과와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김 장관의 의지는 본인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일산서구에서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전직 3선 의원이다. 일산서구 집값은 김 장관 취임 이후 수도권 집값 폭등 열기 속에서도 상승하기는 커녕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2017년 11월=100 기준)에 따르면, 일산서구의 6월 매매지수는 95.5로 고양시 전체에서 가장 낮았다. 덕양구는 104.8, 일산동구는 98.4였다. 경기도 전체를 봐도 전체 39개 시·군·구 중 안성, 이천, 포천, 파주, 평택에 이어 6번째로 낮은 수치다.

일산서구의 매매지수는 김 장관이 취임한 2017년 6월 이후 3개월간 가파르게 올랐지만, 같은 해 11월 일산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후부터 지난 2019년 11월까지 24개월간 2개월(2018년 10월~11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하락했다. 매매지수는 93.9까지 떨어졌고, 이 같은 일산서구의 부동산 침체는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진 김현아 전 의원이 고양 정 지역구에 출마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일산서구도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서 12월부터 오름세로 전환됐다.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일산서구의 매매지수는 지난달 상승률이 0.54%까지 치솟았다. 다만 6·17 대책으로 일산 대부분 지역이 다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게 되면서, 지역에서는 또다시 부동산 침체가 오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이후 지난 6월까지 경기도 고양시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드러난 김 장관의 자택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 1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104㎡ 역시 김 장관 취임 이후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의 전용 104㎡은 지난 2016년 7월 5억4200만원에 매매됐다. 이 아파트의 104㎡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건의 거래도 없다가, 지난 5월에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김 장관의 신고가액은 5억3083만원이었다.

김 장관은 원래 다주택자였다. 그러나 다주택자를 압박하던 김 장관 본인이 다주택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2018년 경기도 연천군의 집(85.95㎡)과 집에 딸린 대지(873㎡), 인근 땅(도로) 153㎡의 지분을 처분했다. 이후 김 장관의 연천 집을 구매한 사람이 김 장관의 친동생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김 장관은 지난 2017년 6월 취임사에서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면서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면 숫자는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취임 일성을 남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