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반년 넘게 공석이던 상임감사위원을 선출하기 위해 막바지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전에 앞서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에도 '캠코더(선거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낙하산' 인사가 잇따라 업계의 이목이 쏠린 바 있다.

한전 상임감사위원은 지난해 12월 이정희 전 상임감사위원이 4.15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퇴임하면서 6개월 이상 빈자리로 남아 있다.

상임감사위원 선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린 한전은 지난달 후보자 모집 공고 절차를 마쳤다. 임추위 심사를 거쳐 한전은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상임감사위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한전 상임감사위원의 임기는 2년이고, 직무수행실적에 따라 1년 더 연임할 수 있다.

공기업 상임감사위원은 매년 1억원 이상의 연봉(성과급 포함)을 받는다. 전력산업이나 감사 분야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동안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보다 정권과 가까운 인사가 차지했다. 이정희 전 상임감사 전에는 이성한 전 경찰청장이 2년 간 감사위원을 지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인선에 미루어볼 때 이번 신임 상임감사위원도 정치권 인사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 광주전남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본사.

한전 외에도 한국가스공사, 한국동서발전, 한전KDN 등 에너지 공기업에 올해만 해도 다수 낙하산 인사가 등장했다. 한국가스공사(036460)는 지난 1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남영주 전 비서관을 상임감사로 선출했다. 그는 가스 등 에너지 업계나 감사 관련 경력은 없지만,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다.

전력계통 부문의 IT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기업 한전KDN은 지난달 민주평통자문회의 광주북구 부회장을 지낸 고희주씨를 신임 비상임이사로 선출했다. 민주평통자문회의 울산중구협의회 자문위원을 지낸 이경원씨는 한국동서발전 비상임이사를 지내고 있다.

역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인 양승환씨는 한국지역난방공사비상임이사로 있다. 지난 2018년 비상임이사로 선임됐고, 올해 재선임됐다. 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비서관을 지낸 그는 지난해 안성시 체육회 수석 부회장을 지냈다. 이사회에 참석하는 공기업 비상임이사는 연봉으로 3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친(親)정부 인사가 전문성과 관계 없이 감사, 상임이사 등 주요 보직으로 선임돼 비효율이 발생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운영 법률을 개정하는 등 인사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적폐 청산을 강조한 이번 정부에서도 불합리한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