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미제사건이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종결됐다.

왼쪽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의 고교 졸업앨범 사진. 오른쪽은 지난해 11월 화성시 태안읍 초등학생 실종사건 현장에서 30여년만에 유류품 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춘재 사건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이춘재가 14건의 살인과 9건의 강간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이춘재가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해 가학적 형태의 연쇄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 이춘재가 벌인 살인 등 범죄는 2006년 4월 2일을 기점으로 공소시효가 모두 만료됐다. 이 때문에 이춘재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면담 등을 통해 이춘재 심리를 분석한 결과 "이춘재가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타인의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번 수사결과 발표는 지난해 경찰이 미제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감정을 의뢰해, 이춘재를 범인으로 특정한지 1년 만에 나왔다. 이춘재는 다른 살인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복역중이었다. 이후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사건 10건(1986~1991년 발생)을 포함, 범인이 잡히지 않은 14건의 살인사건을 추가로 자백했다.

과거 사건 수사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와 강압수사도 확인됐다. 이날 경찰은 32년전 수사과정에서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윤모씨를 지목, 구속영장 발부 없이 3일간 부당하게 구금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13세 박모양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된 사건이다. 윤모씨는 살인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형됐다가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경찰은 또, 조사 과정에서 폭행 등으로 인한 허위자백과 허위 진술서 작성을 강요한 사실 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도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