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헬멧 대란' 영향으로 ABS 스팟 스프레드 상승
ABS 생산하는 LG화학·롯데케미칼 가동률 100% 육박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오토바이 운전자에 헬멧·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일회일대(一盔一帶)’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 내 ‘헬멧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헬멧은 고부가가치합성수지(ABS)를 소재로 만드는데, 세계 ABS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은 LG화학(051910)이다. 중국의 헬멧 대란으로 국내 화학 업계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오토바이·전동스쿠터 운전자에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에서 지난달 ‘헬멧’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 늘었고 판매량 또한 400% 증가했다. 헬멧 수요가 단기간 폭증하면서 일부 장난감 공장이나 화장품 용기공장을 헬멧 공장으로 개조해 생산을 확대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중국 정부가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는 상황이다. 아직은 헬멧 착용을 권고하는 계도 기간이지만, 정식으로 의무화 정책이 시행되면 헬멧 소비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오토바이 보유량은 지난해 말 기준 6765만대이며, 전동 스쿠터는 2018년 기준 2억5000만대다. 현재는 전동 스쿠터만 3억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토바이와 전동 스쿠터를 합치면 최대 4억대에 이른다. 오토바이와 전동 스쿠터는 소득수준이 높은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민보다 충칭, 우한 등 2~4선 도시민들이 주로 구매하기 때문에 그간 헬멧 착용률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시대증권은 단기간 내에만 2억개 이상의 헬멧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오토바이 운전자에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헬멧 수요가 폭증하는 ‘헬멧 대란’이 벌어졌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의 한 상인이 트럭에서 헬멧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서 헬멧 대란이 벌어지면서 필수 소재인 ABS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ABS는 아크릴로니트릴(Acrylonitrile)·부타디엔(Butadiene)·스타이렌(Styrene)의 줄임말로, 이들을 소재로 하는 합성수지다. 아크릴로니트릴은 내화학성, 부타디엔은 내충격성, 스타이렌은 가공성이 뛰어나 이 원료가 합성된 ABS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충격과 열에 강하면서 가공성이 좋아 헬멧뿐 아니라 자동차 내·외장재, 에어컨, 세탁기, 모니터 등 가전·IT 기기 등 다양한 제품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ABS 수요 중 헬멧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중국 헬멧 대란으로 전체 산업 수요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 헬멧 수요 폭증에다 원료 가격 하락까지 맞물리면서 이달 ABS 스팟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의 가격 차)는 t당 700달러에 육박해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ABS 생산 업체의 수익이 그만큼 확대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한상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새로운 교통 규제 영향으로 ABS 신규 수요 창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정책에 따라 예상되는 신규 수요는 연간 80만~95만t 내외로 추산된다"고 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연평균 ABS 글로벌 수요 증가 폭은 30만~35만t 정도다.

특히 LG화학은 글로벌 ABS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LG화학의 ABS 사업은 회사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사업부문 내 핵심으로 꼽힌다. LG화학은 1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화남의 ABS 생산 시설을 기존 두 배 수준으로 증설했다. 덕분에 LG화학은 국내 여수 공장(90만t)을 포함해 중국 닝보(80만t), 화남(30만t) 등 국내외에 총 200만t 규모의 ABS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연간 67만t의 ABS를 생산하는 롯데케미칼(011170)역시 1분기 ABS 생산라인 가동률은 100% 이상으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ABS를 생산하는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했다. 금호석유화학도 ABS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국내 ABS 판매와 수출을 통해 2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