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폭력을 소비할 수 없다. 뮬란 상영 반대한다"
"총알은 신념을 뚫지 못한다. 반인권적 홍콩보안법 규탄한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된 1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본사 앞에서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겠다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계시민모임 등의 단체에 소속된 청년 20여명은 ‘Boycott Mulan(뮬란 불매운동)’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디즈니 영화 뮬란의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1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본사 앞에서 영화 ‘뮬란’ 보이콧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도형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는 "뮬란의 출연진은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며 ‘홍콩 시민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제작진은 홍콩 시민들을 비난했던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디즈니는 자본의 논리 아래 이를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배우 유역비 소셜미디어에 “나도 홍콩경찰을 지지한다”는 해시태그가 올라와 있다.

뮬란에서 주연을 맡은 중국배우 유역비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도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박 공동대표는 이어 "누군가는 이러한 폭력적인 침묵 속에서 이것은 잘못된 것임을 외쳐야 한다"며 "우리는 모든 국가폭력을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도 "7월 1일은 1년 전 송환법에 반대한 홍콩시민들이 홍콩 입법회를 점거한 기념일이자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는 비극적인 날"이라며 "평소 인권을 부르짖던 디즈니는 홍콩 사태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최종 의결된 ‘홍콩보안법’은 국가 안전을 위해하는 행위와 활동에 대한 예방·금지·처벌법이다.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이날부터 홍콩 독립을 요구하거나 외국에 중국과 홍콩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들은 ▲ ‘뮬란’의 주연들과 디즈니는 홍콩 시민에 사과할 것 ▲ 디즈니는 ‘뮬란’ 수입과 한국 배급 즉각 중단할 것 ▲ 국내 멀티플렉스는 ‘뮬란’ 상영을 거부할 것 등을 촉구했다.

1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본사 앞에서 영화 ‘뮬란’ 보이콧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중국과 홍콩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메모지를 붙이는 ‘레논 벽’을 만들었고 디즈니 본사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한에는 "대한민국은 독재정권에 대항해 수많은 민주항쟁 열사들이 스러진 지 채 반세기가 지나지 않은 아픔을 가진 곳이다" "자유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력한 이 나라에서 자유를 외치는 홍콩 시민들을 탄압하는 데 일조한 유역비가 차별을 이겨내는 이야기인 ‘뮬란’의 주인공으로 버젓이 등장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내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달부터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중국 정부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홍콩보안법의 전인대 표결과 중국 천안문 사태 31주기를 앞두고 대학가에는 대자보와 레논 벽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려대, 경북대, 동국대, 세종대, 시립대, 한양대 등 대학에 홍콩보안법 제정을 반대하고 홍콩 시민과 연대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고 이같은 내용의 집회도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한국 대학생과 홍콩 유학생들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3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989년 중국의 천안문 광장은 2020년의 홍콩"이라며 "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도입은 국내 이견을 억누르기 위한 ‘반민주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