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7월부터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기준을 현행 100%에서 85%로 낮춘다. 예대율 규제 완화로 은행이 시중에 공급할 수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최대 70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자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은행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한다.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쌓아둬야 하는 자금 부담을 줄여 소상공인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 평균잔액의 비중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주요 지표다. 예대율 기준을 100%에서 85%로 낮춘다는 것은 대출금의 85%만 빌려준 것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개인사업자대출 100만원을 취급할 경우 현재는 예수금 100만원을 보유해야 하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예수금을 85만원만 쌓으면 된다. 15만원만큼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예대율을 9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행 대전중앙로 지점에서 소상공인들이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취급한 개인사업자대출에 예대율 규제 완화를 소급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이런 규제 완화로 올해 은행에서만 70조원의 추가 대출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래 은행 예대율은 100%를 맞춰야 하지만 내년 6월까지는 은행들이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위반해도 경영개선계획 제출 요구 등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유예됐다. 다만 개인사업자대출 중 신규 주택임대업·매매업 대출에 대한 예대율 가중치는 가계대출과 같은 수준(115%)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나간 개인사업자대출만 규제 완화를 적용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 대출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며 "현재 은행들이 이런 준비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어 이달 중순에는 개정안이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은 크게 늘었다. 국내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달 17일 기준 256조5259억원이다. 이들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올들어 19조1199억원 늘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17일만에 개인사업자대출이 5조1204억원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6월 한달에만 개인사업자대출이 7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2018년 12월 말에서 지난해 6월 말 사이에 7조7000억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올해 비슷한 기간에 증가 폭이 2배를 넘어섰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은행들이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가 늘어난다면 건전성 악화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 지원도 중요하지만 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