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생산비 증가분 반영해 원유 가격 올려달라"
우유회사 "우유 소비 줄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인상 불가"

6월 3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낙농가와 우유회사가 원유가격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고 협상 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낙농진흥회는 6월 30일 이사회를 열어 원유 수매 가격 추가 협상을 7월 21일까지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낙농가와 유업계는 21일까지 원유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낙농가와 우유업계 대표들은 오는 7일 원유 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를 열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낙농가와 유업계는 5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낙농가는 생산비 증가 등을 이유로 들며 원유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업계는 저출산과 코로나19 사태로 우유 소비가 줄어들었다며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농가 "원유가격 21~26원 올려야" VS 유업계 "여력 없어"

원유 가격 협상은 매번 진통을 겪었다. 지난 2011년 낙농업계는 원유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원유 납품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극심한 갈등 끝에 정부 주재로 2013년부터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했다.

원유가격연동제란 우유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우유회사가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시장이나 수급 상황보다는 원유생산비에 근거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로,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원리와는 궤를 달리 한다. 이 제도에 따라 국내 25개 우유업체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할당된 원유를 생상비 상승분을 반영한 가격에 낙농가에서 구입해야 한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분을 기준으로 ±10%선에서 협상을 거쳐 결정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1ℓ당 생산비는 790.06원으로 2017년(766.73원) 대비 23.33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유 생산비 증가분 23.33원의 ±10%를 적용해 원유 가격을 1ℓ당 21~26원 올려야 한다는 게 낙농가의 요구다. 현재 우유회사가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사오는 가격은 1ℓ에 1034원. 낙농가의 요구가 반영되면 원유 1ℓ의 가격은 1055~1060원으로 오르게 된다.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원유값은 인상과 인하를 반복했다. 연동제 도입 첫해 원유가격은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올랐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가격을 동결했으며 2016년에는 ℓ당 18원을 인하했다. 2018년에는 ℓ당 가격을 4원 인상했다. 2013년 이후 5년 만의 인상 결정이었다.

지난해에는 우유 생산비가 2018년 대비 1.1% 밖에 늘지 않아 협상이 유보됐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우유 생산비가 2% 인상되지 않았고, 2017년 우유 생산비와 비교해도 3% 밖에 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2년마다 원유 가격 협상을 해야한다는 원칙에 따라 협상이 진행 중이다.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우유는 물론 아이스크림과 빵, 커피 등 관련 상품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된다. 실제 2018년 원유 가격이 오르자 우유와 아이스크림 가격이 잇달아 올랐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지만 입장차를 좁히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협상에 나선다고 해도 현재 분위기에서는 낙관적인 결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