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업계에서 ‘샤넬’과 같은 입지를 다진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이 원격 운동 지원 스타트업 '미러(Mirror)'를 5억달러(약 6000억원)에 인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문화 대신에 집에서 체력을 관리하는 홈트레이닝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점을 감안한 행보다.

뉴욕타임스는 룰루레몬이 미국 홈트레이닝 스타트업 미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1998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룰루레몬은 신생 브랜드의 격전지로 손꼽히는 애슬레저 시장에서 줄곧 압도적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 룰루레몬은 브랜드 이름보다 ‘요가복의 샤넬’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경쟁사 제품보다 옷값이 평균 1.5~2배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얇은 요가용 여성 바지 한 벌이 100달러(약 12만원)를 웃돈다.

그럼에도 ‘비싼 값을 한다’는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다. 주요 시장인 북미권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 덕에 2008년 3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던 매출은 2018년 32억8000만달러로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 급감하면서 매출을 늘릴 새 방안을 모색해야 했고, 그 대안으로 찾아낸 기업이 미러다. 미러는 룰루레몬 22년 역사 가운데 첫 인수 사례다.

캐나다 밴쿠버 룰루레몬 매장.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러는 미국에서 이미 2018년 이후 급격히 세를 불려온 유명 홈피트니스 스타트업이다. 1500달러(약 170만원)짜리 스마트 거울을 이용한 요가, 복싱, 필라테스 강의를 제공한다.

전신거울처럼 보이는 대형 양방향 디스플레이를 켜면 바로 전문 피트니스 강사와 연결되고, 해당 강사가 이용자의 개인 프로필과 생체 인식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운동을 추천해주면서 일대일로 운동 자세까지 교정해준다. 스마트 거울을 살 때 목돈이 들지만, 매달 39달러를 지불하면 시간당 수십달러를 줘야 들을 수 있는 맞춤형 트레이닝 강의를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룰루레몬은 미러 장비를 룰루레몬 매장에서 판매하고, 미러 운동 콘텐츠에 등장하는 강사들에게 자사의 요가복을 입게 해 광고 효과를 누리는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1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 건강관리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 대안으로 홈트레이닝이 각광받는 추세다. 스타트업 정보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0년 5000만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홈 피트니스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2017년 6억5000만달러(약 7320억원)를 넘어서며 13배 이상 성장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 나스닥 증시에서 룰루레몬 주가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2배 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