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성적수치심 야기⋅차별‧혐오 조장 등 유해 콘텐츠 유형 제시
아동·청소년 심야 또는 휴식 없이 3시간 이상 생방송 자제토록 해야
플랫폼 사업자 아동‧청소년 보호 촉진 위한 규정… '자율규제' 한계도

95억원대 빌딩을 매입해 유명세를 탔던 키즈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의 가족 회사 보람패밀리가 2018년 법원으로부터 아동학대 판결을 받은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키즈 유튜버’에 대한 아동 착취 및 학대를 막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놀이’와 ‘노동’의 불명확한 경계다. 영상 속에서는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키즈 유튜버라도 완벽한 자유의지를 발휘하기 힘든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희롱 논란 등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인권 보호의 필요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 키즈 유튜버 학대 논란과 수익 착취 사례 등은 적지 않다. 한 사례로 유명 유튜버 채널 ‘뚜아뚜지TV’에는 6살 쌍둥이의 아빠가 자르지 않은 대왕문어를 식탁 위에 올려주고 이를 쌍둥이에게 먹이는 장면이 담겼다.

키즈 유튜버 뚜아뚜지TV 채널에 올라온 대왕문어 먹방 영상.

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시민단체 학부모정보감시단과 함께 인터넷 개인방송에 출연하는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콘텐츠를 제작‧진행하는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그 보호자, 제작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이다. 이는 법률‧인터넷정책 전문가, 유튜브와 아프리카TV·다이아TV 등의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지침 내용을 보면 우선 아동‧청소년, 보호자, 제작자 등은 아동‧청소년 출연자가 심야(22시~6시), 장시간(휴게시간 없이 3시간 이상), 1일 6시간 이상 생방송을 진행하거나 인터넷 개인방송 콘텐츠에 출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아동‧청소년 출연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는 아동‧청소년과 그 보호자에 사전에 제작 취지와 성격, 유통 플랫폼, 수익 관련 사항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빠 지갑을 훔치고, 차량을 운행하는 설정으로 논란이 됐던 보람튜브 영상.

관련 사업자에게도 의무가 주어진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도 신고 및 댓글‧채팅 중지 등 기술적 조치를 운영하고, 보호자 동의를 전제로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자율 지침인 만큼 한계도 있다. 방송에 나오거나 제작하는 이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당장 지침에 강제성을 부여하기보다는 홍보에 치중할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모습을 취미로 찍어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법적으로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자율 지침 성격으로 발표 했다"며 "실제 보호자나 출연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침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협회와 기업들에게 이 내용이 전달될 수 있는 홍보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

방통위는 주요 MCN 사업자와 협조해 소속 진행자를 대상으로 지침의 내용을 안내하고, 진행자 대상 세미나‧컨설팅 시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청자미디어센터의 1인미디어 제작 교육과정 수강생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협조를 통해 한국전파진흥협회 1인미디어 창작자 양성 지원센터의 청소년 수강생들에게도 이 지침을 홍보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 지침을 통해 인터넷개인방송이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이 마음껏 발현될 수 있도록 건전하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플랫폼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앞으로 인터넷개인방송 등 인터넷에서 아동‧청소년들이 부당하게 이용되거나 성착취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