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매물이 없어요. 전셋값은 요즘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야. 기존 전세 세입자는 웬만하면 대출 더 받아서라도 전세 계약 연장하려고 하는데, 하남교산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리고 전입신고하려는 수요가 더해졌어요. 폭등이에요."

29일 찾은 지하철 5호선 미사역에 ‘아직 개통되지 않아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미사역은 오는 8월 개통 예정이다.

지난 29일 만난 경기 하남시 선동 A공인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전셋값 상승세가 매섭다는 것이다. 그는 "하남교산지구에 지하철 3호선 연장역이 생긴다는 정부 교통 대책이 나온 지난해 10월부터 전세 매물이 슬슬 없어졌고, 전세 비수기로 접어든 지난달부터는 가격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2년 전과 비교하면 전셋값이 1억~2억원이나 올랐는데, 임차인들이 울며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날 만난 선동 K공인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유입된 대부분 전세 세입자는 하남 교산 청약을 노리는 수요들"이라면서 "이런 이유로 전세 매물이 가뜩이나 별로 없었는데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으로 수요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하남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하남 전셋값은 이달 들어 주간 0.55%, 0.68%, 0.70%, 0.84%씩 크게 올랐다. 이달 초부터 현재까지 한 달여 간 전셋값이 2.23%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0.35%) 전셋값 상승률보다 6배 이상 높다. 서울(0.21%)이나 세종(1.53%)과 비교해도 이 기간 전셋값 상승률이 더 높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선동 미상강변센트리버 전용 59㎡ 전세는 지난 5월 4억원으로 역대 최고가 계약이 이뤄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골든센트로 전용 84㎡ 전세도 지난 20일 5억원에 최고가 계약이 이뤄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102㎡ 전세도 지난 7일 6억8000만원에 계약돼, 최고가를 새로 썼다. 1년 전보다 2억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파밀리에 아파트 전경.

하남 전셋값 상승은 여러 요인이 겹쳐져 나타났다. 우선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값 대세 상승장에 전셋값도 자연스레 올랐다. 또 지하철 5호선 연장역인 미사역이 오는 8월 개통을 앞두며 전세 수요자들의 관심을 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하남 전셋값은 최근 50주 연속 상승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기간 전셋값은 17.36% 올라, 전국(2.79%)이나 수도권(4.53%), 서울(3.22%) 전셋값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다.

전셋값이 50주 동안 계속해서 오른 데에는 3기 신도시 하남 교산지구 개발이 결정적이었다. 하남시민에게 신도시 주택 일부 물량이 우선 공급돼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하남시 공공주택지구는 투기과열지구이자 60만㎡ 이상 대규모 공공택지다. 2년 이상 거주한 하남시민에게 30% 범위에서 주택이 우선 공급된다. 하남 교산지구 청약을 노리는 수요자나 투자자들이 하남에 전입신고를 하고 전세로 살려고 들어온 것이다.

최근 한 달여 사이 전셋값 급등은 6·17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묶자, 매매가 막혀 일단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까지 추가된 것이다. 또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를 의무화 규제로 강남 일대 재건축 조합원들이 아파트에 실거주하려고 하자, 밀려난 강남 전세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눈길을 돌리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이사철인 가을이 되면 이런 전셋값 상승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 지점장은 "하남처럼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가 있는 남양주의 경우,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주택까지 전셋값이 불과 3개월 사이에 1억9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까지 올랐다"면서 "가을이 오면 전셋값 상승세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