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평균 가동률 63.6%, 글로벌 위기 이후 최저치
재고율은 IMF 외환위기 이후 21년 9개월만 최고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지난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출 급감으로 제조업 재고율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21년 9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생산한 제품이 팔리지 않아 공장에 재고가 쌓여서 생산을 줄이고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는 전형적인 경기 불황기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3.6%로 전월에 비해 4.6%포인트(P)하락했다. 이는 2009년 1월(62.8%) 이후 11년 4개월만의 최저치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여섯 번째로 낮은 수치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13.7%P(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세로 수출이 타격을 입고 수주가 줄어 정상적인 공장 가동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직원들이 텅 빈 직원 주차장에서 완성차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반도체(14.9%P), 기타운송장비(1.3%P) 등에서 지난달보다 상승했지만. 자동차(-21.8%P)와 기계장비(-12.6%P)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에서 크게 하락했다.

이같이 가동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광공업 생산은 광업과 제조업 및 전기·가스업이 모두 줄어 전월대비 6.7%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10.8%)와 기타운송장비(3.1%) 등에서 증가했으나, 자동차(-21.4%), 기계장비(-12.9%) 등이 줄어 전월 대비 6.9% 줄었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늘었지만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으로 모바일 반도체 수요가 줄며 지난 4월 하락했고 5월부터는 전세계 서버용 PC 수요가 늘며 반등했다"며 "자동차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3월에 크게 반등했지만 4월 이후 해외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이 감소한 대표적인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全)산업 생산도 서비스업 생산 증가(2.3%)에도 불구하고 1.2% 감소했다. 다섯달 연속 감소세다. 광공업과 건설업에서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생산은 도소매와 숙박·음식점, 협회·수리·개인 등이 늘어 전월 대비 2.3% 늘었다. 제조업 타격을 서비스업 회복세가 상쇄하는 모양새다.

제조업 가동률 하락과 생산 감소는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재고가 쌓이자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고 기존 재고로 판매를 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5월 제조업재고율(128.6%)은 전월 대비 8.6%P 상승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였던 1999년 1월 이후 21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재고율은 100 이상이면 재고 과잉을 의미해 향후 경기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제조업재고는 보합이었다. 반도체(11.3%), 1차금속(2.8%) 등에서 증가했지만 석유정제(-10.5%), 기계장비(-4.9%), 자동차(-2.0%)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생산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재고 판매로 자동차 등의 내수·수출 출하가 늘었다.

제조업 출하(90.0)는 반도체(2.7%), 통신·방송장비(10.4%) 등에서 증가했지만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이 줄어 전월 대비 6.6% 뒷걸음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한 지난 4월(-7.8%)과 비슷한 수준의 낙폭이다. 2010년 3월(89.3)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저다.

재고출하 순환도.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를 월별로 보면 출하의 감소폭은 전월 대비 확대(-4.4%→-10.5%)됐지만 재고 증가폭(2.9%→2.7%)은 축소된 모습이다. 생산을 멈추고 떨이 등 재고판매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재고 출하 상황을 놓고 보면 생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서 경기 반등 시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8P 하락한 96.5을 나타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월(96.5) 이후 21개월 4개월만에 최저치다.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P 하락한 98.9에 머물렀다.

향후 전망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되는 등 추이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내적으로는 코로나 확산 영향이 줄어들면서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해외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수출 급감 여파가 4월부터 본격화되면서 국내 생산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다"며 "제조업 생산 부진을 서비스업 생산이 일부 상쇄하고 있지만, 여행·항공·운수 등의 부문에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