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2640조 부양책 통과 두달 만에 4100조 법안 통과시켜
"추가 재정지출 신중해야" 공화당, 대선패배 위기에 기류 변화
추가 부양책 통과되면 실업수당 연장·1200달러 추가 지급
일부 공화당원 대규모 추가지출 반대…경제지표 개선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3조4480억달러(4134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더 많은 미국인들이 1200달러(144만원)의 수표를 받게 되며 가구당 지급액도 늘어난다.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28일(현지시각) 마켓워치는 지난달 민주당이 과반을 점유한 하원을 통과한 건강 및 경제 회복 긴급대책 법안(Health and Economic Recovery Omnibus Emergency Solutions Act·Heroes act)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화당 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로이 블런트는 최근 공화당 의원과의 주간 오찬이 끝난 뒤 "코로나 추가 부양책의 몸값이 올라갔느냐"는 기자 질문에 마스크 너머로 희미하게 웃으며 "대통령은 경제에 엄청난 액수의 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지지하는 입장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추가 경기부양책에 반대하던 공화당 내 분위기와는 달라진 것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려면 공화당이 과반을 점유한 상원을 통과해야 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하는데,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화당과 백악관 모두 추가 경기부양책에 회의적이었다.

공화당은 지난 3월 말 2조2000억달러(2640조원) 규모의 첫번째 코로나 경기부양 패키지 법(CARES Act)을 통과시킨 뒤 추가 재정지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재정적자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이고 지난달부터 각 주(州)가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수당 연장, 현금 추가 지급보다는 '복직에 따른 보너스 지급'을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공화당 내 기류가 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으나 지난 22일 또 다른 기자와의 인터뷰에선 "추가 부양책을 할 것"이라며 "아주 좋을 것이고, 관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수표 지급이 미국 경제를 개선시키고 11월 재선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보좌관들에게 개인적으로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공화당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원들은 이제 우리가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부 공화당원들이 전화를 걸어, 최종 법안에 들어가야 할 항목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경기부양책(Heroes Act)의 주요 내용은 오는 7월 31일로 끝나는 주(週)당 600달러의 실업수당 지급기한을 내년 1월까지로 연장하고, 일회성으로 지급했던 1200달러의 수표를 한차례 더 주고 그 지급대상과 가구당 지급액을 확대하는 것이다.

1200달러 수표 지급기준은 1인가구는 연소득 7만5000달러 미만, 2인가구는 15만달러로 첫번째 경기부양책과 같지만, 지급대상에서 빠졌던 10대 후반과 대학생, 이주자가 새롭게 포함된다. 가구당 부양가족 1인당 500달러만 지급되었던 이전과 달리 최대 3명까지 1명당 1200달러가 돌아간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공화당원들이 전국민에게 수표를 지급하기 보단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특정계층을 타깃팅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추가 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 된다.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한 5월부터 6월 초까지 집계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민간소비 등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대규모 추가 부양책 통과의 명분을 위태롭게 하는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