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휘랍시고, 잘라먹었다' 北에서나 쓰는 말인 줄"
정의당 "'애들이 말을 안 듣는다' 뉘앙스…신중치 못해"
비판 들은 추미애 "번지수가 틀렸다, 문제는 '검·언 유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최근 민주당 초선의원들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해 "천박한 표현" "너무 저급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자 추 장관은 지난 27일 "문제는 '검·언 유착'"이라며 "장관의 언어 품격을 저격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고 반박했다. '저급하다'는 비판엔 "물타기"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열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해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강연 전 '주먹 인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5일 민주당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검찰총장이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며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 총장이)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했다. 발언 도중 책상을 쿵쿵 치면서 "역대 검찰총장 중 이런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본 장관이 없다"며 "장관이 이럴 정도로 (총장이) 개혁 주체가 아니라 개혁 대상이 됐구나 증명한 것"이라고도 했다.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검·언 유착' 사건을 두고 윤 총장이 자신의 지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질타한 것이다.

그러자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장관의 발언이라고 보기엔 품격이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6일 "'지휘랍시고', '잘라먹었다'는 천박한 표현은 북한에서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 입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대한민국의 수치다. 추 장관에게 품격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도 논평에서 "얼굴은 웃으면서도 책상을 쿵쿵 치고 '애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며 "전반적으로 표현이 너무 저급하고 신중치 못하다"고 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지난 27일 페이스북 글에서 자신에 대해 제기된 비판에 '언론탓'을 했다. 그는 "처음에는 검·언이 합세해 유시민 개인을 저격하다가 그들의 유착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검찰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을 저격하고 있다"며 "언론의 심기가 그만큼 불편하다는 거냐"고 했다. "장관의 지휘가 단순 공문이므로 지휘라고 볼 수 없다는 언론의 이상한 지적의 의도를 헤아리는 게 어렵지 않다"고도 했다.

추 장관은 또 "장관의 정치적 야망 탓으로 돌리거나 장관이 저급하다는 식의 물타기로 검언유착이라는 본질이 덮어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 발언에 대해 "완장질을 개인 무용담이랍시고 늘어놓는 모습, 모자라 보인다"며 "왜 이렇게 과잉 행동을 하나 했더니 벌써 대통령 행보를 시작했나 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