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30일까지 요구… 위험관리 강화할 듯

주요 증권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할 해외부동산 투자현황 점검 보고서를 놓고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금감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증권사들이 투자한 해외부동산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부동산으로 증권사의 건전성을 악화되고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투자현황을 보고서 형식으로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이사회의 승인까지 받으라고 요구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대표이사) 등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큰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외부동산 현황을 직접 챙기라는 경고였다.

마감시일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많은 증권사들은 금감원에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이사회에 사후 보고를 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해외부동산 현황과 리스크 정도를 확정한 최종보고서가 마무리되지 못해 마감일인 30일 전까지 이사회를 소집하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투자현황을 분석한 후 각 증권사에 강도 높은 위험관리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5일 열린 정기 이사회의 안건으로 해외부동산 투자현황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가 해외부동산 투자현황 최종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라 이달 이사회에는 보고를 하지 못했고 금감원에 선보고한 후 다음달 이사회에 보고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증권사다. 2016년에는 베트남의 랜드마크72빌딩에 투자했다. 랜드마크72빌딩은 경남기업이 2012년 하노이에 지은 건물로 경남기업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자 채권단은 이 빌딩을 기업구조조정전문기업인 AON BGN에 5000억원에 매각했다. 이 때 미래에셋은 AON BGN에 선순위대출 3000억원을 내주고 전환사채(CB) 1000억원을 투자했다. CB는 원할 경우 주식(지분)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미래에셋이 CB를 지분으로 바꿀 경우 5000억원짜리 빌딩의 20%가 미래에셋의 소유가 된다. 미래에셋은 2018년 미국 아마존물류센터에도 투자했다.

대규모 해외 부동산 투자로 유명한 메리츠증권도 아직 이사회 일정을 잡지 못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안건과 관련해 이사회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말 제이알투자운용, AIP자산운용과 함께 벨기에 최대 오피스빌딩인 파이낸스타워를 14억유로(약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샌안토니오 아마존 물류센터 투자(2016년·1200억원), 독일 본 도이치텔레콤 사옥 매입(2016년·2640억원), 미국 시애틀 세이프코플라자 빌딩 인수(2017년·4400억원) 등도 메리츠증권의 해외부동산 투자 사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해외부동산 자산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 실태를 가장 촘촘하게 살펴보려는 곳 중 하나가 메리츠증권"이라고 했다. 이밖에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005940),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각 증권사별 해외부동산 투자현황 점검보고서를 점검한 후 개별 증권사별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개별 증권사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떤 조치를 요구할지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본 후에 향후 어떤 조치를 할 지를 결정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증권사들에게 어떤 요구를 할지 정해진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졌고 손실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라며 "보고서를 이사회까지 보고하도록 한 것은 CEO 등 최고위 임원들이 경각심을 갖고 리스크를 점검해달라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