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서대문구의 한 프랜차이즈 뷔페. 매장에 들어서는 손님에게 직원이 "음식을 담기 전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손님은 음식점 앞 전자출입명부 기기가 신기한듯 직원에게 "언제부터 시행한 것이냐" "이 식당만 하는 거냐" 등을 묻고는 테이블로 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들은 직원의 당부가 무색하게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쓰지 않은 채 음식을 고르기 일쑤였다. 한쪽에 집게 등의 공용 식기를 집을 때 사용하도록 비닐장갑이 있었지만, 이를 이용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한 점원은 "손님들이 매번 음식을 담을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라고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학원 입구에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기기가 설치돼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다시 확산되자, 방역당국은 23일 오후 6시부터 대형학원과 뷔폐식당, 물류센터, 방문판매업체 등을 추가로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강화된 방역수칙을 따르도록 했다.

시행 첫날 방문한 서울의 주요 프랜차이즈 뷔페 등은 발 빠르게 방역수칙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규모가 작은 업소들은 공문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마스크·비닐장갑 끼고 음식 담아야… 한식·고기뷔페도 포함?

이날 프랜차이즈 뷔페들은 대부분 방역수칙을 반영해 운영하고 있었다. 매장 앞에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 기기를 들여놨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은 입장을 막았다. 테이블도 거리두기를 위해 1m 간격으로 배치했고 공용집게 등도 1시간마다 교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 중에는 음식을 뜨러 갈 때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위생장갑을 끼지 않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매장 종업원 등도 손님에게 따로 방역지침을 알리지 않았다. 종로구의 뷔페에서 일하는 권모(28)씨는 "식사하러 온 손님들 기분도 생각해야 하는데 매번 ‘마스크 써라’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한식뷔페 입구에 손소독제와 비접촉식 체온계, 비닐장갑 등이 놓여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뷔페들은 별다른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남모(61)씨는 "고위험 시설 지정 관련해 구청에서 따로 이야기해준 것이 전혀 없다"며 "지금도 손님이 없는데 더 손님이 안 올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고위험 시설로 지정해 강화된 방역 수칙을 적용할 뷔페식당의 세부분류 기준을 아직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음식을 한 군데 놓고 이용객이 각자 덜어먹는 방식이면 다 뷔페식당이라 보고 고위험 시설로 정했다"면서도 "예식장 뷔페는 단발성이어서 제외했고 소형 뷔페를 포함할지 등도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의 한 학원 앞 간이 선별진료소에서 수강생 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QR코드 기계 공수 나선 학원들… "공문 못 받았다"

학원가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300인 이상 대형 학원 가운데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곳은 입구에 전자출입명부를 설치했다. 마포구의 대형 학원 관계자는 "기존에도 학원생들은 출입카드가 있었고 발열 점검 등을 했다"며 "상담 받으러 오는 사람 등만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학원들은 아직 QR코드 관련 기기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노량진의 한 학원 관계자는 "어제 우리 학원도 해당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전부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전자출입명부를 위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도 사야하고 바뀐 방역 수칙도 수강생에 안내해야 하는데, 당장 준비를 마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아직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한 곳도 있었다. 노원구의 한 학원은 여전히 수기(手記) 방식으로 출입 명부를 적었다. 등록된 학원생이 300명이 넘었지만 따로 교육청에서 받은 공문은 없다고 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발열체크 등 기본적인 코로나 예방활동은 이전부터 해 오고 있었다"면서 "고위험시설에 해당하면 거기에 맞춰서 추가 조치를 해야할텐데 아직도 정식 공문이나 연락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