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를 보인 29일 오후 대구시 동구 일대에서 한 시민이 반려견과 봄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는 ‘나홀로족’으로 살아간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현재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독거노인도 1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외출을 하지 못해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며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외로움이 우울증, 나아가 알츠하이머 치매 등 유병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국·내외 연구자들은 "외로움은 실제 측정할 수 없는 주관적 느낌"이라면서도 "다만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 인지 기능 저하가 빨라지고, 신체의 여러 부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외로움이 뇌와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결과가 늘고 있다고 미국 씨넷이 최근 보도했다. 시카고에 있는 러시대학교 알츠하이머 질병센터(Rush Alzheimer's Disease Center) 연구진이 낸 '알츠하이머 병의 외로움과 위험'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지난 4년간 823명의 노인 대상 연구 결과 사회적 고립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이 거의 없는 노인의 치매,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높았다.

이 연구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은 외로움 점수가 한 포인트 올라갈 때 마다 약 51% 증가했다. 외로움 점수가 높은 사람(5점 만점 중 3.2점)인 경우가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1.4점)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약 2.1배 높았다. 이 연구를 주도한 로버트 윌슨(Robert S. Wilson) 박사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우리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건전한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신경 병리학적으로 노화와 관련된 영향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심장병, 암, 심혈관 질환, 각종 염증성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러시대학교 알츠하이머 질병센터의 데이비드 베네트는 30여년전 시작한 종단면 연구에서 대상자들의 신체와 심리 상황을 시계열로 추적하고 동시에 이들의 사망후 기증 받은 뇌를 들여다본 뒤 이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

업무 특성상 고립의 극단의 환경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등대지기도 있지만 우주비행사들도 있다. 좁은 공간에 갇혀 먼 거리를 장시간 여행할 경우 생기는 외로움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우주비행사들의 장기간에 걸친 격리 생활을 수년 간 연구한 결과, 일종 조건을 주고 장기간 격리생활을 하면 인지 및 행동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외로움의 감정이 신체 기능 혹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다만 부정적인 감정이 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외로움을 느끼면 스스로 기분을 저하시키거나 상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돌볼 가능성이 적어진다. 그렇다보면 신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독감 혹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외로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정서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지만, 홀로되는 느낌이 지속적으로 뇌에서 작용하면 스트레스, 우울증, 기억력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식들과 떨어져 살거나, 배우자가 일찍 떠나 홀로 살게된 노인들의 경우 고독이라는 부정적 정서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족과의 소통을 늘리고,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취미활동을 늘리는 등 고독감을 느끼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주에서 340일을 지낸 나사 우주인 스콧 켈리는 올 3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스케줄에 따라 생활하고, 취미를 가졌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고독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반려로봇, VR(가상현실)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 및 활용되고 있다.